"다른 핵실험장 어렵다" 낙관론 뒷받침
'언제든 핵 복원' 전략적 눈속임 지적도
'언제든 핵 복원' 전략적 눈속임 지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미
북한이 24일 약속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단행했지만, '비핵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보여주기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것은 핵 개발의 핵심기지를 제거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앞서 6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한 곳이다. 이를 폭파한 것은 더 이상의 핵실험은 없다는 뜻이다. 최소한 북한이 '미래 핵'을 포기하고 '핵 동결'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남측 언론을 포함해 외신에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공개한 것도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실질적·물리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에 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방식에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풍계리 외 다른 핵실험장을 만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조건도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풍계리는 북한 지역에서 핵실험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입지라고 평가받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략적인 눈속임 우려도=무엇보다 이번 폐기 행사에 전문가가 초청되지 않았다. 북한은 폭파 현장을 언론에만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핵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빠진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이 완전히 핵 능력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는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지난 11일 싱가포르 난양공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례나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넓은 구역에서 지반 붕괴 현상이 일어나 풍계리 핵실험장의 가치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기술적인 허점도 있다. 북한은 앞서 '임계전 핵실험 능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임계전 핵실험은 플루토늄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초고온 및 초고압을 가해 물질들의 거동 정보와 무기화 정보를 획득하는 실험이다. 이 능력이 있다는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닫아도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핵무기를 개량하고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언제라도 핵기술을 복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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