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차량 대상 25% 부과 추진
무역확장법 232조 다시 만지작
무역확장법 232조 다시 만지작
무역업계는 비단 자동차뿐 아니라 미국이 보호무역 카드를 꺼낼 때마다 예외 없이 한국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에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은 우리나라 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이에 따라 수개월 동안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결과를 대통령에 보고한다. 상무부가 수입차가 미국의 안보를 저해할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90일 내에 수입 규제,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결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산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미 정부의 최종 목표는 최대 25%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 부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는 승용차 등 일반 차량 2.5%(한국은 무관세), 픽업트럭은 25% 수준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경우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법은 1962년 제정됐으나 거의 사문화된 상태로 있다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다시 활성화되면서 논란이 됐다. 수입제품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어서다.
무역업계는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표심 잡기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과 통상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반발 여론이 만만찮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이사들은 기업인들과 접촉하고 "관세와 무역 규제로 인한 악영향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해 들었다고 발언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도 나온다.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미국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 캐나다, 일본, 멕시코, 독일에 이어 5위,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는 6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전체 미국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국내 공장에서 수출하는 만큼 피해가 크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문제는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때마다 우리나라가 모두 걸린다는 것"이라며 "과거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의 집중적 통상 압력을 받고 고전했던 점을 본보기로 해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서울 반포대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주요 자동차 업체 임원들과 민·관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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