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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로봇 상용화, 소비자 관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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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산책] 로봇 상용화, 소비자 관점서 접근해야
정지훈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2018년 UC 버클리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로봇 행사(TC Session Robotics)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설립자인 마크 라이버트(Marc Raibert)가 자사의 4족 보행 로봇인 스팟미니(SpotMini)의 상용화를 발표했다. 2019년 100대 정도를 생산해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투자사인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통해 다양한 판로를 확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로 B2B 시장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가격이 문제가 되겠지만, 초기 가격은 높아도 대량 생산이 진행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제대로 된 소비자 로봇의 최초의 상용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간판 제품이라고 하면 많은 로봇 대회에 등장하는 플랫폼이기도 하고, 텀블링이나 뛰기 영상 등도 공개돼 유명한 아틀라스(Atlas)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이쪽이 구현하기가 훨씬 어렵고, 인간하고 비슷한 형태이기 때문에 친숙한 느낌도 있다. 그런데, 로봇을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가진 어떤 것을 창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을 보조하거나 인간과는 다른 어떤 것으로 생각하면 굳이 안정성이 떨어지는 2족 보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바퀴를 단 제품이 만들기가 더 쉽지만, 바퀴 제품으로는 인간의 주거 환경에서 흔히 만나는 다양한 턱과 계단 등의 접근성이 너무나 떨어지기 때문에 범용적인 사용성에 제약이 심하다. 그렇다면 4족으로 유연한 움직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현재의 스펙 만으로도 지형을 파악하고, 카메라를 이용해 건물 내외의 보안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길 수 있으며, 향후 편평한 등에 안장이나 바구니 같은 것을 달아서 물건을 옮기거나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목과 머리 형태의 장비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나 기능의 업그레이드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들의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나 말 등의 4족 보행 동물을 이용해서 다양한 일을 시켜왔다. 이들이 했던 일들을 개인들이 쉽게 소유하고, 노동을 보조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교육하고 익숙해질 수 있는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멋지고 연구의 대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범용성과 활용성을 생각한다면 4족이나 6족, 8족 등의 로봇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충이나 거미를 연상시키는 6족이나 8족에 비해 4족은 개와 소, 말 등과 같이 인간과 친숙한 동물들의 형태와 크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워낙 유명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은 단지 미국 국방부 등에서 연구용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실제로 사용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 이들이 개발한 빅독(Big Dog), 치타(Cheetah), 와일드캣(Wild Cat), 펫맨(Petman) 등의 로봇 들이 모두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실제 전력화가 되었다거나 상용화가 추진된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를 받았던 전장에서의 군수물자를 이동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빅독의 경우만 해도 내연기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시끄럽고, 비밀스러운 작전에 투입될 수 없어서 실제로 실전 배치가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로봇들이 비슷한 이유로 연구용으로만 남아있거나 아주 적은 수의 로봇들이 매우 특수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더구나 구글이 매각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더욱 그런 의구심이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스팟미니를 통해 이런 세간의 평가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팔릴 가능성이 있는 제품화 컨셉으로 스펙다운을 해서 기술개발을 진행한 것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완전 전기로 동작하도록 해서 조용하면서도 에너지 충전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위해 경량화와 소형화를 진행했다. 제품의 외관도 조금 큰 개와 비슷하게 만들었으며, 머리와 목을 이용한 카메라 겸 로봇팔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상용화를 위한 디자인과 모듈화, 생산단가 등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처럼 연구 단계에 있었던 기술이 실제로 제품화가 될 때에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연구자들의 손을 떠나야 한다. 연구자들의 욕심과 아집이 제품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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