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고령… 든든한 후원자 역할
'뚝심의 경영인' LG 구본무회장 타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20일 맏아들 구본무 회장을 먼저 떠나 보내는 참척의 슬픔을 당했다.
재계에 따르면 구 명예회장은 93세 고령이어서 거동이 편치 못해 이날도 아들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천안 자택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친인 연암 구인회 창업 회장을 도와 LG그룹을 국내 대표기업으로 키워낸 구 명예회장은 1995년 2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천안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며, LG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구 명예회장은 구 회장에 그룹 경영의 바통을 넘기기 전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를 강조하면서 LG그룹이 지금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구 명예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의 권한을 이양하고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구 명예회장은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사범대 부속국민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1950년 5월, '교직을 그만두고 내 일을 도우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그룹 모회사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1969년 부친이 타계함에 따라 1970년 45세 나이에 LG그룹 2대 회장에 취임했다. 1990년 '인공지능 세탁기'를 선보이는 등 25년 동안 그룹을 이끌면서 매출을 2500배나 성장시켰다. 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 확보에 주력해 회장 재임 기간에 설립한 국내외 연구소만 70여 개에 달한다. 해외 진출에도 나서 중국과 동남아, 동유럽, 미주지역에 LG전자와 LG화학 해외공장 건설을 추진,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1984년 '금성사'에서 '럭키금성'으로 상호를 바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1970년), 한국과학기술재단 이사(1972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1987년) 등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교육 활동과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관여해왔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