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풍 따라 장자 상속
1조원 상속세 재원 마련 부담
경험부족·사업전환 등 풀어야
1조원 상속세 재원 마련 부담
경험부족·사업전환 등 풀어야
'뚝심의 경영인' LG 구본무회장 타계
LG그룹 3세 고 구본무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LG 경영의 지휘봉을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40)가 맡게 됐다. LG는 전통적 가풍에 따라 장자 상속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구광모는 누구…소탈한 성격과 강한 실행력 갖춰=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오는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이미 밝혔다. 이는 구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선다는 걸 의미한다. 구 상무는 원래 고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 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의 친아들이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2004년 구 상무를 양자로 들여와 후계자로 삼았다.
구 상무는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고, 입양 2년 뒤인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에 입문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 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을 거치며 제조와 판매현장, 국내외 및 지방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이어 2015년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 LG 주력사업과 미래 사업을 기획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를 해왔다. 그러다 작년 정기 인사에서 LG전자 B2B 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에 임명됐다.
구 상무는 양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동료 직원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가 격의 없이 소통하는 등 소탈하게 지내지만, 업무에서는 강한 실행력과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구 상무는 미국 유학 중 만난 아내 정효정 씨와 2009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 씨는 식품원료기업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다.
◇경영승계 전망…1조 상속세 해결책은= 재계에서는 구 상무의 경영 승계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상무는 후계자로 확정된 이후 LG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고 구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6.24%)다.
일부 친척들이 LG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고 구 회장 지분과 구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 지분 4.20%,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 그룹 회장 지분 3.45% 등을 합치면 구 상무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LG의 최대주주·특수관계자 지분율은 46.68%에 이른다. 다만 구 상무가 고 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1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이 재원 마련은 숙제다. 구 회장의 LG 지분 가치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1조5450억원이고, 여기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할증률 20% 등을 적용하면 구 상무는 상속세로 약 8000억~9000억원 가량을 내야 한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상속세를 몇 년에 걸쳐 나눠내는 연부연납 방식과 지분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 등을 병행해 무난하게 지분을 상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LG상사의 지주사 편입과정에서 총수일가가 보유하던 지분을 지주사 LG로 넘기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탈세 혐의 등의 수사에 착수한 점이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험 부족·미래사업 전환 등 숙제… 사업재편 속도 낼 듯= 재계는 구 상무가 앞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며 계열사별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성장사업을 키우기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20년에 걸쳐 경영수업을 받은 고 구 회장과 비교해 아직 경력이 부족하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선이다.
이에 따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각 사업부문의 경영을 맡기면서 시너지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상무는 최근 3년간 LG에서 자동차 전장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신사업의 전략을 짰던 경험이 있는 만큼, LG의 사업변화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고 구 회장의 건강 악화 이후 1년 반 동안 그룹 경영 전반을 챙겼던 구본준 LG 부회장은 LG가의 전통에 따라 독립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LG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LG가 4세 경영으로 전환하는 만큼, 구 부회장은 조만간 LG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과거 LS나 GS가 분리했던 것처럼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기 등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구 상무가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조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이후 행보를 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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