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김동욱 칼럼] 삼성 겨냥한 최종구 `3개의 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3002102251047001[1].jpg "[김동욱 칼럼] 삼성 겨냥한 최종구 `3개의 칼`")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따르면 '적폐'가 남아있는 유일한 산업분야로 지목된 곳이 금융업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발표한 신년사에서 "국민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 금융권의 갑질, 부당 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고 금융업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민간인 출신으론 처음 임명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 도입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뽑아들고 선 무렵이었다.
금융산업에 막 칼을 휘두르려던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이 강원랜드로 대표되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자 금융권 채용비리로 칼을 돌렸다.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보조를 맞추려던 최 전 원장은 오히려 자신이 금융권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부메랑을 맞고 6개월 만에 낙마했다.
뒤를 이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내려오자 금융업계는 또 다시 얼어붙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김 전 원장도 의원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과 '셀프후원' 논란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단이 내려지자 취임 보름 만에 칼은 쥐어보지도 못하고 황망하게 떠났다.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흔들리고 있는 '금융적폐' 청산의 중심에 홀로 남은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최종구 위원장은 무난한 선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태 때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인데,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본인의 인사 청문회 당시 현행 보험업법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런 우려가 해소되도록 하겠다"면서도 "(보험업 감독) 규정을 바꾸는 건 쉽지만, 그로 인한 영향을 감안하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오랜 기간 금융관료로 길러진 최 위원장의 모범 답안 같은 발언이었다.
그렇게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던 최 위원장이 삼성과 재계를 겨냥해 세 개의 칼을 한번에 뽑아들었다.
최 위원장은 이달 20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언급한 삼성생명을 겨냥한 보험업법, 재벌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개정 등이 그것이다.
여당은 금산분리 차원에서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자산의 3%(시장가치 기준)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지분 8.27%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20조 원 가량의 전자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금융그룹 통합 감독법은 금융계열사를 그룹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없애고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 동반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다.
통합 감독 대상으로는 삼성과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를 겨냥하고 있다.
금융위가 제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2년마다 시행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확대 시켰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뿐 아니라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 대상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삼성그룹을 필두로 재벌그룹을 손보려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엄이 있다. 칼을 빼면 휘둘러야 하는데 칼자루를 쥔 사람이 부담이 큰 법이다. 세상의 반응도 '무섭다' 혹은 '볼품없다'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린다.
최 위원장이 뽑아든 칼이 어떤 결론을 내든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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