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신경제지도-북 동북개발 접점
중장기 계획 따라 단계적 협력을
유라시아 물류망·금융 지원 과제
중장기 계획 따라 단계적 협력을
유라시아 물류망·금융 지원 과제
■포스트 남북정상회담
남북경협이 주변국과의 협업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뛰어넘을 경우,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섬'처럼 고립됐던 한국경제가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경협, 신북방경제의 물꼬를 뜨는 중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디지털타임스가 4.27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긴급 설문조사를 한 정치·경제 전문가 7인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평화기조가 정착될 경우 △10·4선언 경제협력 확대·발전 계승 △개성공단 등 기존 사업 재개 △물류 통일 및 북한 물류 현대화 △중국·러시아 등 내륙 경제 협업 △경협 지원을 위한 금융 체제 구축 등 단계적이며 전방위적인 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고도 성장기 압축 성장 정책을 앞으로의 남북 경협에 대입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중·장기 마스터 플랜에 따라 북한 경제를 개방경제로 서서히 유도하면서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들 경제전문가들은 남북간 항구적인 평화기조와 경제협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내륙 경제와의 연결 고리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북한의 동북 양대축 개발 계획을 주목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정개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해안-에너지·자원벨트, 서해안-산업·물류·교통벨트, 비무장지대(DMZ)-환경·관광벨트 등 3대 경제벨트 구축계획을 밝혔다. 북한도 2011년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통해 '신의주-남포-평양'을 잇는 서남 방면과 '나선-청진-김책'의 동북 방면 양대 축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남북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가는 과정에서 정책적인 접점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차 정상회담의 10·4 선언에 개성공단 1·2단계 개발 내용이 있는데 이를 재추진할 것"이라며 "북한 물류망 현대화와 서해·동해 벨트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남북간 경제적 합의점을 찾은 만큼 대북제재 해제 이후 경협 과정에서 외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남북 경협을 3단계로 구분해 전망했다. 조 부연구소장은 "대북제재 완화 이후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이 복원되고 이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구체화, 대북제재 완전 해제에 따른 북한의 대규모 개발 투자 순이 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제재 완화는 연내에 신경제지도 구상이 본격화는 내년 상반기에, 제재의 완전 해제는 2020년 하반기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어 조 부연구소장은 "기존의 경협은 노동집약형이었는데 앞으로는 북한의 경제 체질 강화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며 "남한과 다른 국가들이 투자하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도적으로 함께 투자하고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류의 경우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은 유라시아 물류망과 연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를 차지했다. 즉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바이칼·아무르철도(BAM), 몽골통과철도(TMGR), 만주통과철도(TMR) 등 5개 주요 국제 간선철도망과 이어져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효과가 남북한 내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남북이 현재 30분 차이를 보이는 표준시를 통일하는 데 합의한 것도 물류 통일의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 지원도 중요과제로 꼽았다. 조 부연구소장은 "북한의 교통인프라 구축과 물류망 연결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외자를 유치하고 특히 정부는 중국중앙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의 협업 금융 축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남북경협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양국 모두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ICT) 바탕으로 하는 첨단산업은 북한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예컨대 원격진료와 같은 분야는 국내에서는 제약이 많지만 북한에서는 자유롭게 시험해 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금융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 차이가 났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우리 주식시장은 평균 7~8% 정도 평가절하 돼 왔다"며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전체 시장 성장률이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완전한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 실행과 대북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내건 뒤 "회담 후 2분기까지 코스피 지수는 2600 정도가 될 것이며 연말에는 3000까지 가능하다"고 점쳤다.
반면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상회담이 호재이지만 그것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지는 의문"이라며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주식 시장이 무조건 좋을 것이라 말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 기업이 북한에 들어갔을 때 마진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남북경협 주는 실제로 기업의 이익 확대 효과가 가시화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경·김민수·조은애·황병서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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