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0'…경영난에 연일 폐업
세금·업종전환 등 지원책 절실
세금·업종전환 등 지원책 절실
■ 한국GM 오늘 ‘운명의 날’
'줄도산' 위기 빠진 협력사
"차체, 프레스 등 한국GM에만 물품을 공급해온 협력사 중 다수는 폐업에 들어갔고 문을 닫지 않은 곳 역시 대부분 직원들에게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노사협상이나 법정관리 여부에 따라 회생의 길이 열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20일 전북 군산에서 만난 한 GM 협력업체의 공장장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군산공장 폐쇄 방침이 발표된 지난 2월 중순부터 사실상 공장가동률 제로 상태가 이어지자 협력사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고 있는 것이다. 한국GM 노사의 임금단체협상 시한이 23일로 연기돼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기는 이르지만 지역 분위기는 이미 침체할 대로 침체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철수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까지 이어지면 지역 산업계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인다. 군산 소룡동 국가산업단지에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규탄하는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155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철수 직전 86곳에 이르던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중 현재 남아있는 곳은 22개에 그친다는 게 중진공 전북서부지부 측 설명이다.
이에 기업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수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들은 군산이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아직 없다며 경영 정상화와 자금 유동성 지원, 세금·금융 등 각종 부담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한국GM 협력업체 대표 B씨는 "자동차 협력사로 일하다 보면 특정 차종이 언제 단종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어 원부자재 관리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올뉴크루즈'는 나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관련 원부자재가 쌓여있어 손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통상 신형 차종이 나오면 4∼5년간 집중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원부자재를 미리 확보해둔다. 그만큼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급작스러웠다는 것이다.
다른 협력업체 대표 C씨는 "정부로부터 2억∼3억원을 지원받더라도 두세 달치 직원 봉급에 불과해 겨우 기업의 명맥만 잇는 상황이 된다"면서 "정부는 피해기업의 업종전환 지원이나 다른 산업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날 기업인들을 만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은 공장 폐쇄 등이 불가피할 경우 군산 등 전북의 산업이 갱생할 수 있도록 정부에 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좋은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호주 사례처럼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는 등 정부가 전북지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국회에서 추경예산이 통과되면 자금을 바로 집행하는 등 집중 지원체계를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군산(전북)=박종진기자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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