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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5G시대, 소통의 선과 악

최양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입력: 2018-04-15 18:00
[2018년 04월 16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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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5G시대, 소통의 선과 악
최양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소통은 대개 긍정적으로 묘사된다. 일상에서 가족과 친지와의 대화가 소중하고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소통은 일견 순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통은 사람간의 교감이나 상호이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조직의 효율적 운용이나 사회적 화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이나 사회적 갈등의 원인도 소통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소통을 함으로써 상호 이해가 가능하지만 많은 경우 오해 또한 소통으로 비롯된다. 소통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지만 소통을 통해 불행해지기도 한다. 그럼 한 번 살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대인간의 소통을 통해 내가 기쁨을 얻는 경우와,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 중 어느 것이 빈도가 높을까. 나의 경우는 불편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내가 그다지 예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소통 그 자체가 절대선은 아니다. 그렇다고 절대악도 아니다. 소통은 선도 악도 아니고 도구적인 것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소통은 선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또는 악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생명의 전화'를 통해 자살하려던 사람이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대수는 말 한마디로 인해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극한의 고통과 죽음을 맞이한다.

소통함으로써 사랑을 전하기도 미움을 전하기도 한다. 소통의 애증은 친밀한 관계일수록 그 정도가 증폭된다.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가족 간의 범죄는 사랑하는 사람 간의 증오가 소통을 통해 얼마나 증폭되는지를 보여 준다. 정상회담을 앞둔 남북 간의 관계에서도 소통을 통해 애와 증이 얼마나 반복돼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불바다'와 '미제 괴뢰도당'이나 '민족화합' '한 핏줄'과 같은 말에서 보듯이 애증의 널뛰기를 해왔다. 이런 증폭된 애증의 감정은 우리가 한 민족이며 마음 깊이 서로를 살뜰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소통기술(ICT)의 발달은 소통 당사자 간의 거리를 단축시켜 왔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지구 반대쪽에 있으며 "늙다리 미치광이"와 "꼬마 로켓맨"이라는 악담을 거의 실시간으로 교환하기도 했다. 19세기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전국에 알려 지는데 몇 주가 소요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전지구적 연결성(global connectivity)은 애증의 대상이 지리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세계 각지의 청소년이 케이팝에 열광하기도 하고 우리는 지구 반대쪽 야구선수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 내에서도 네티즌은 생면부지의 사람에 대한 신상 털기나 댓글을 통해 악담을 쏟아내 인격 살인을 하기도 한다. 애증의 대상이 지리적으로 거의 무한 확장되어 왔다. 과거 도둑을 막기 위해 집의 담장을 높였다면 지금은 온라인상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공격자에 대비해 마음의 장벽을 높이게 된다.

새로운 소통기술은 소통의 거리와 속도뿐만 아니라 소통의 질적 내용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5G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전문가조차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적으로 소통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스마트 미디어를 스파이웨어로 해킹해 이용자의 감정과 의식까지도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기술에 대해 일반 시민보다 권력자와 초국적기업의 접근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반복하면 소통 그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사회적 소통을 수행하는가에 따라 소통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도 불행하게 하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소통기술은 이러한 행, 불행의 정도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은 소통에 대한 균형된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에 고도화한 소통기술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기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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