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한국무역협회 기획조정실장
![[DT 광장] `4차 산업혁명`으로 갈아탄 두바이](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1002102351781001[1].jpg "[DT 광장] `4차 산업혁명`으로 갈아탄 두바이")
그 후 무역협회는 우리 기업들의 중동·아프리카 진출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두바이에 아랍에미리트(UAE)지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지난 1월 조사단을 파견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조사단은 사무소 위치로 살만 제프리가 있다는 DIFC를 추천했다. 알고 보니 DIFC는 단순한 부동산 기업이 아닌 경제자유구역(EFZ)으로, 입법, 행정, 사법 권한을 모두 가진 일종의 자치정부였다.
센터 내에서는 외국기업의 100% 지분을 허용하고 해외 송금도 자유롭다. 주재원의 비자 발급이나 공사 인허가도 직접 처리한다. 분쟁이 생기면 센터 내 법원이 소송이나 중재를 통해 해결한다. 센터의 빠른 일처리와 살만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기간 중 지부를 개소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현재 DIFC에는 20대 글로벌 은행 중 17개 은행이 입주하는 등 총 1850여 개 기업이 포진해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의 UAE 순방 당시 무역협회 회장단은 센터를 방문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중동의 자금·인프라를 활용한 비즈니스 창출기회를 모색했다. 센터가 1000억 원 규모의 핀테크 펀드를 조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스타트업 기업과 협력방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DIFC 이외에도 제벨알리, 두바이공항프리존 등 20여 개의 자유무역지대를 통해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80%가 두바이에 진출한 이유다.
3월에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K-ICT본투글로벌센터 및 창업진흥원 관계자, 스타트업 기업들과 함께 찾은 두바이퓨처액셀러레이터(DFA) 역시 상징성이 큰 곳이다. 이곳은 다른 창업진흥기관들과는 달리 왕세자 주도로 두바이 정부부처의 혁신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 도전과제를 제시하면 글로벌 ICT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해결방안을 제안한다.
두바이경찰청의 경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오는 2021년까지 범죄율을 25% 낮추는 '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과제수행 기업으로 선정되면 항공과 호텔 비용을 전액 지원받으면서 9주간 정부기관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과 도출은 물론 실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동시에 검토한다. 한국의 한 스타트업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도로교통국(RTA)의 전자교통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제조기업이나 ICT 기업이 없는 두바이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혁신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사례는 자원도 인구도 부족한 두바이가 어떻게 세계 최고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두바이와 한국은 모두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인 가난한 나라였다. 한국은 제조업과 수출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켰고 두바이는 금융, 관광, 물류를 통해 중동의 허브가 됐다. 한국과 두바이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각각 시련을 겪기도 했다.
UAE는 현재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과 '두바이플랜 2021'을 통해 산업구조 다각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반도체, 재생에너지 및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신산업, 플랜트, 원전 등에서 협력할 분야가 많다. 지난 3월 27일 두바이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포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ICT,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UAE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에 2800여 명의 한국 기술자들이, 에미레이트항공에는 800여명의 한국인 승무원이 일하고 있다. 의료분야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가 요리사인데, 두바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한국 요리사만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UAE 비즈니스포럼이 개최된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칼리파는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시공한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수준이 버즈 칼리파만큼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두바이의 혁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없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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