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한미 환율협상의 과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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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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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한미 환율협상의 과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환율이 하락하면서 변동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환율문제가 부속합의에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환율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은 수출과 경기 그리고 외환위기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개방경제에서 환율을 중요성을 고려하면 외환당국은 환율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먼저 환율협상에 실패하는 경우 외환위기나 장기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남유럽의 경험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일본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면서 경기호황을 누리고 있었으나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로 20년 경기침체를 겪게 됐다. 엔화가치가 큰 폭으로 평가절상되면서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아베수상의 경제자문역인 하마다 고이치 교수는 미국과의 갈등의 소지가 있는 외환시장 개입전략 대신 국내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정책으로 엔화가치를 크게 낮췄다. 절묘한 환율전략으로 역 플라자 합의를 성공시켜 일본경제는 20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이다.

중국 역시 환율로 G2로 부상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자본자유화를 지연시키고 고정환율제도를 선택하는 등 환율전략으로 수출을 늘려 미국의 국부를 중국으로 이전시키게 만들었다. 최근 뒤늦게 인식한 미국이 이를 되돌이키려고 하는 것이 미중간의 경제마찰의 배경인 것이다. 한국 역시 1980년대까지는 환율을 잘 관리해 왔으나 1990년대 들어 변동환율제도와 자본자유화를 선택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높은 실업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과 같은 남유럽 국가 역시 경쟁력이 강한 독일과 함께 고정환율제도인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환율주권을 포기한 대가로 재정위기를 겪었다. 이렇게 보면 환율협상은 곧 국가경제의 부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진국과 달리 신흥시장국에서는 시장환율이 적정환율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도 환율협상이 중요한 배경이다. 신흥시장국은 성장률이 높고 금리가 선진국보다 높아 과도한 자본유입으로 시장환율이 적정환율보다 낮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외환위기 직전에 환율이 700원대로 하락하면서 수출이 감소해 외환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흥시장국은 선진국과 달리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만 외환시장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환율을 지키기 위해서도 외환시장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이 미국과 적정환율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환율에 대한 합의는 향후 무역분쟁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현재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수준에 있으나 미국은 3%를 적정환율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1%를 적정환율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 적정환율에 대한 이견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시장개입을 하지 않거나 혹은 개입량을 공개하는 합의는 위험한 정책선택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합의는 한번 하면 자본자유화와 같이 되돌이킬 수 없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외환당국은 한미간의 환율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적정환율 추정에 대한 연구를 한국은행과 연구기관들로 하여금 추진하도록 해 미국의 적정환율 추정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신흥시장국의 경우 시장환율이 반드시 적정환율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하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더불어 적정환율로 되돌이키기 위한 개입을 허용하도록 합의해야 한다. 그 외에도 외환시장 개입량을 공개할 할 경우도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거나 공개의 주기도 분기별이나 반기별로 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무역협상과 환율협상을 동시에 진행시킨 경우가 많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때도 둘을 같이 진행하다가 환율협상에 초점을 맞췄다. 환율협상은 무역협상과 달리 비밀 합의가 많다. 공개협상의 경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나 비밀협상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일본의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과 자본시장이 개방된 국가에서 환율은 금리보다도 더 중요한 정책변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고 자본의 유출입이 심하면서 선진국과 달리 국제통화를 가지기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잘못하면 또다시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 내수시장이 큰 일본도 경기침체를 확대재정정책이나 국내 미시적 경제정책으로 해결하려고 20년을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결국 해답을 환율에서 찾았다는 사실을 우리 정책당국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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