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금융데이터 규제완화 기대 크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 원장ㆍ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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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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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금융데이터 규제완화 기대 크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 원장ㆍ KAIST 명예교수


금융위원회가 데이터 활용 종합방안을 지난 주에 발표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융회사가 고객정보를 익명처리하면 그 데이터활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에 의존했었다. 그러나 법이 아니라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번 금융감독원의 발표도 국회의 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 시도 만으로도 반갑다.

데이터는 21세기 석유이고, 빅데이터는 4차산업의 핵심기술이라는 등의 멋진 수식어로 데이터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내고 분석해 활용하는 것이 데이터 산업의 본질이다. 인터넷, 센서, 클라우드 등의 발전에 따라, 거의 무한대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이 가능해졌다.

통계적 기법에 의존하던 데이터 분석도 인공지능 기계학습의 놀라울 능력에 힘입어 크게 신장됐다. 빅데이터 산업과 인공지능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다. 인공지능의 성능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서 결정되는 반면, 데이터 분석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제적 서비스의 위력은 놀랍다. 한 예로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물건을 배송한다. 사고 싶지 않으면 반품하면 된다. 물론 배송료는 아마존의 부담이다. 정확하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때문에 반품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의사결정 기술이 이제는 모든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 보험, 금융, 유통, 의료 산업에서는 물론이고, 제조, 관광 문화산업 등에서도 데이터활용이 활성화 되고 있다. 각 산업의 경쟁력을 높임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은 시작도 못한 단계라고 하는 것이 맞다.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가용한 데이터의 양이나 활용에 있어서는 후진국이다. 개인정보활용의 과도한 규제 탓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가장 엄격하고, 강력하게 집행하는 나라다. 데이터 대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그들보다 더 유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 강하게 규제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를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이에 괄호로 첨부한 문장은 독소조항의 으뜸이다.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 추후 발생할 '다른 정보'에 의해 개인정보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포괄적으로 개인정보를 정의하고 보호하겠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개인정보 수집의 사전 동의제도도 문제다. 회의비라도 받으려면 개인정보 사전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행정 수요를 유발하는가? 이렇게 모아진 사전 동의서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어렵게 개인정보를 모았다 하더라도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최장 5년인 정보보유 기간이 도래하면 모두 파기해야 한다. 데이터를 모아서 빅데이터를 만들 수도 없고, 장기적 경향 분석 등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국민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개인정보가 얼마나 보호되고 있을까? 빈번한 금융기관 보이스 피싱 범죄와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인정보 보호도 잘 안되고 활용도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금융기관 간의 경쟁을 촉진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강력히 처벌하는 사후규제로 가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에서 보았듯이 이제 암호기술이 일상화됐다. 암호화한 항목은 제3자의 해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암호화로 비식별화한 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 마땅하다.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암호기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자유의지에 따라서 원하는 항목만을 암호화해 개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에 들어 있는 성명과 계좌번호 만을 암호화한 후 사용 금액과 시기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면 이는 여러가지 분석에 사용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에 막혀 있던 데이터 산업이 이제 금융 데이터로부터 숨통이 트이려나 기대가 크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을 정비·통합하려는 시도가 2015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논의도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시도가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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