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경로 임의변경으로 피해"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판단
해외업체 무임승차·역차별 논란
형평성 개선 논의 본격화 전망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판단
해외업체 무임승차·역차별 논란
형평성 개선 논의 본격화 전망
[디지털타임스 김지영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변경에 대해 이용자 피해가 있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부분을 처음으로 확인한 제재사례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결정은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업체들의 엄청난 트래픽에 따른 망 비용을 통신사·콘텐츠업체·이용자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그동안 무임승차와 역차별 논란을 빚고 있던 해외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형평성 개선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페이스북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속도를 떨어뜨려 이용하기 어렵게 한 행위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업무 처리절차 개선,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등과 망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 2016년 말 접속 경로를 해외로 임의변경했다. 이로 인해 이 서비스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SK브로드밴드 이용자의 민원이 폭주했고 값비싼 해외(홍콩) 네트워크를 증설해 임시로 문제를 해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사실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페이스북은 SKT·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단, SKB는 홍콩을 통해 접속)하도록 했지만, KT와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은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와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2016년 12월에 SKT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다. 2017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 SK텔레콤의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면서 SK브로드밴드 용량이 부족해졌고, 트래픽 중 일부가 다른 국제구간으로 우회하면서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이용자가 몰리는 20~ 24시에는 변경전보다 평균 4.5배(평균 29㎳→평균 130㎳) 느려졌다. LG유플러스 역시 무선 트래픽을 해외로 우회시킨 결과, 무선망 응답속도가 평균 2.4배(평균 43㎳→평균 105㎳) 느려졌다. 이로 인해 이용자 민원은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경로접속변경 이전의 12배, LG유플러스는 172배까지 증가했다.
이에 방통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접속 경로를 해외로 변경해 접속 장애, 속도 저하 등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봤다. 또 이를 사전에 인지하기에 충분했고 사후에 민원 등 피해를 확인하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10개월가량을 유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하고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새로이 발생할 수 있는 금지행위 유형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 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시정명령과 별개로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에 대해서도 개선을 권고했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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