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벤처 강국 `창조적 사다리` 필요하다

박영준 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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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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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벤처 강국 `창조적 사다리` 필요하다
박영준, 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금년 들어 정부는 벤처와 중소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신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해서,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벤처를 하는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한국이 그런대로 창업을 하기에 좋은 나라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부 창업지원금이나, 벤처 공간, 그리고 연구개발 자금 지원 역시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드라이브하는 분야에서 지원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 정부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동안 해오던 일을 이름만 바꾸어 포장하는데만 급급하다고 본다. 또한 최근 신문 보도에 의하면 2017년, 2018년 연속해서 일자리를 위한 정부예산이 20%이상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이 10%에 접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경제의 변화 속에서 일자리가 주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변명도 있으나, 일본, 중국, 인도의 약진과 비교해 보면 비관적인 측면이 있다.

정부가 정작 하기 힘든 일은 뒷전에 두고 쉬운 일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작 힘든 일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일은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고, 건전한 창조적 사다리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유를 들어보자. 예전에 비해서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 성공률이 90%이상을 상회한다고 한다. 장비가 좋아지고 체력이 좋아져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베이스 캠프부터 여러 중간 캠프를 설치해서 중간에 휴식과 장비 보충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의 정상까지 사다리 하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캠프까지만 올라가면 다음에는 다음 사다리를 만들어 올라간다는 전략이다. 정상까지 한 개의 사다리를 가지고는 중간에 추락 사고 나기가 십상이라는 것이 비유이다. 벤처 성공률이 10%가 되지 않는 것이 모든 벤처가 자기 사다리로 끝까지 올라가려고 하는데 기인한다. 기술은 있어도 마케팅이 부족하고, 마케팅이 있어도 자금과 지속적인 전략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미 사다리를 만들어 놓은 나라이다. 정상까지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가 이미 설치돼 있는 것이다. 우수한 젊은 이들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반면에 벤처를 하려는 젊은 이들을 위한 중간 캠프가 없다. 이스라엘의 창업 국가, 실리콘 벨리, 중국의 중관촌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부가 주체가 되어서 정상까지 데리고 가려고 하지 말자. 대신에 캠프를 만들어 주고,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은 수 많은 규제들, 사회 합의가 필요한 것들을 솔선해서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젊음이 넘치는 대학촌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주고,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에다 기술과 자금이 합해져 제 1캠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준다. 대학의 교수그룹이 셀파가 될 수 있다. 제 1캠프에는 마케팅 전문가들, 앤젤, 투자가들이 있어서 제 2캠프까지 무사히 올라가도록 하고, 마지막 출구를 준비하도록 한다.

그 이후는 모든 일이 저절로 될 것이다. 제 2캠프에 많은 젊은이들이 바글거리면, 국내외 대기업, 투자가들이 저절로 모여 이들을 정상까지 동반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산을 쓰는데 초점을 맞춘다든지, 책임을 지지 않는 위원회 운영에만 매달리지 말고, 창조적 래더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구축하도록 하자. 현재 벤처기업부에서 하는 지원의 20%만 떼어서 베이스 캠프부터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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