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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5G를 보는 또 다른 시선

이근형 정보통신콘텐츠부장 

입력: 2018-03-18 18:00
[2018년 03월 19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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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5G를 보는 또 다른 시선
이근형 정보통신콘텐츠부장


이탈리아 영화 '길'은 오래된 추억 중 하나다. 젬파노(안소니 퀸)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의 명연기 덕분이지만, 주 배경인 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 나오는 길들이 로마인이 다니던 길이 아닐지 상상해본다. 이때부터 길을 걷는 습관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문명과 길은 궤를 같이한다. 기원 전후 유라시아대륙의 동쪽과 서쪽 끝에서 각각 길이 만들어졌다. 한 무제에 의해 시작한 실크로드는 동쪽으로 중국 장안(시안)을 끝으로 신라 서라벌까지 이어졌다. 이 길은 서쪽으로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지나 대서양으로 향했다. 이 길 위로 비단과 유리, 화약, 종이가 오갔다. 비슷한 시기 로마제국은 길을 통해 영국에서 아프리카, 중동, 중동부 유럽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고의 국가를 건설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제국은 길을 통해 번성했다.

동양에 항상 뒤지던 서양이 판을 뒤집은 것도 길 덕분이다. 이슬람 세계에 의해 동양으로 접근할 길이 막힌 유럽은 우회로를 찾아야 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넜고, 카리브 해의 작은 섬에 도착하면서 신대륙의 발견이 시작됐다. 아메리카라는 이름 붙인 신대륙에서 들여온 감자는 유럽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 여기서 쏟아진 은은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 됐다. 콜럼버스에서 시작한 바닷길은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길은 문명의 원동력이다. 길을 통해 사람이 오가고 각종 재화, 정보가 이동한다. 길이 없다면 문명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길은 발전한다. 한 사람이 오가는 오솔길에서 마차가 달리는 도로, 자동차가 시속 수백㎞로 질주하는 아우토반까지 끊임없이 넓어져 왔다. '한강의 기적'은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에서부터 시작했다.

길은 무형으로도 진화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고속도로'의 개통은 또 한 번 문명의 전환점을 제공했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하나의 지구'가 됐다.

이 정보고속도로가 다시 변신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이다. 지금 쓰이는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인터넷이 정보고속도로의 역할을 뛰어넘어 '비즈니스고속도로'로 발전하고 있다.

IT 기업들은 5G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한국도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6월 중 주파수 경매를 완료해 경쟁국보다 먼저 5G 세상을 열어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다. 5G를 선점하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앞으로 올 자율주행차·3D 프린팅·인공지능(AI)·초고화질· 가상현실(VR) 시대에 한 발 더 앞서 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한편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놓을 수 없다. 5G로 우리의 ICT 경쟁력이 강화할지는 의문이다. 5G라는 비즈니스고속도로 위를 달릴 마차가 준비돼 있지 않아서다. 5G 고속도로의 아스팔트는 화웨이 등 중국의 것으로 깔리고, 그 위를 달릴 자동차는 구글이나 애플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받는다'는 말이 옛 속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다가온 미래인 5G 세상의 전망이 밝지 않다. LTE 망이 유튜브의 놀이터가 된 듯, 지금 상황이라면 5G 망이 다른 누구의 잔칫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앞서 우리는 해외 기업들이 잘 깔린 우리 망 위에서 실컷 배를 채우고 떠난 사례들을 봐왔다.

5G 고속도로는 우리 것이 분명한데, 주인 행세는 왕 서방이나 잭슨 씨가 할 수도 있다. 5G를 독려하고 있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지만, 대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도로를 잘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위를 누가 달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세계 최초의 타이틀보다 5G 세상의 '진정한' 주인은 누가 될 것인지 근본 질문부터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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