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덮친 거대 해조류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손을 잡았다. 국민 실생활에서 발생한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문제해결형 과학기술 연구개발'(R&SD)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화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사회혁신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선 해조류 대량 발생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제주 및 포항 지역 테크노파크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은 해조류 발생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최근 제주도 해안에는 갈파래와 괭생이모자반 등의 해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해 지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갈파래는 한해 1만 톤, 괭생이모자반은 8000톤이 발생해 해안에서 악취를 풍기거나 양식장을 덮쳐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또 수거비용만 연간 20억원에 달한다. 1만2000톤의 괭생이모자반이 발생한 2015년의 경우 1만3800명의 인력과 굴삭기 180대, 차량 200대가 투입돼 수거작업을 벌였으며, 작년에는 배 스크루에 감긴 괭생이모자반을 떼어내려던 잠수부가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해조류 대량 발생의 원인은 외부유입과 산업활동, 온난화와 해수온 상승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연구결과나 적용사례가 아직 없어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김창숙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소장은 "거대 해조류 발생과 유입 단계에서 과학적 예찰·예보 체계 구축과 대량 발생의 기작 규명, 실시간 정보 공유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며 "이미 발생한 해조류를 효율적으로 수거해 처리하고 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연과 기계연은 해조류 대량 발생을 경감하고 수거·처리하는 다양한 요소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해조류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별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정책·제도 개선과 인식 개선 등 교육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한 '토털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화학연 책임연구원은 "거대 해조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점차 아열대, 열대화되고 있는 국내 기후 변화로 인해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 확실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해 실효성이 높은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실행그룹인 지자체의 역량 강화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현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당장 수거에 급급해 해안에 방치한 채로 썩히고 있고 처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예찰, 수거, 감량화, 활용 등의 일원화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 거주지이자 관광지인 영일대 일대에 발생한 거대 해조류 문제 해결에 나선 포항테크노파크는 지역 내 적정기술 활용과 주민 참여를 통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포항 TP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용미생물을 통해 해조류를 액상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 학교와 기업이 참여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실험했다. 또 이 과정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환경문제 인식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김은영 포항테크노파크 선임연구원은 "동해안과 포항지역의 해조류 발생의 원인을 규명하고 지역 내 연구기관과 중소기업 참여를 통한 상품화 가능성을 모색했다"며 "지역 R&D 과정에서 학생, 기업, 시민, 지역 기관, 출연연 등과의 연계와 협의를 통해 결과를 적용하고 확산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위진 STEPI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례가 대형 연구과제에만 집중하던 출연연이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남도영기자 namdo0@dt.co.kr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밀려오는 거대 해조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과학기술+사회혁신` 포럼에서 김진석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거대 해조류 발생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남도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