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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과학문화정책, 새 융합모델 필요하다

변재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책임연구원 

입력: 2018-03-07 18:00
[2018년 03월 08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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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과학문화정책, 새 융합모델 필요하다
변재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의 특별한 전환기를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통적인 관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 즉 과학기술적 세계관과 그 방법론의 변화가 세계상(像)에 충격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들의 보편적이며 궁극적인 실체를 찾아내고자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철학'은 17세기를 전후로 자연현상이나 그 실체에 대한 관찰적·실험적 지식체계로 확립됐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사회현상이나 사회적 사실에 대한 경험적·구성적 지식체계로 확대됐으며, 20세기에 와서는 자연현상과 그 실체를 인간 중심의 도구적·응용적 지식체계로 확장됐다.

우리나라 역시, 일부 정치·사회적 병리현상을 제외한다면, 이제는 국가·사회적인 모든 관심의 초점을 4차 산업혁명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3년간 '다보스 포럼'의 핵심 주제들은 융합기술의 고도화가 산업 생태계와 사회·문화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미래 예측과 불확실성에 대한 관심 있고 책임 있는 리더십, 정치·경제적 분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정 국가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공동 노력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제적인 위상 강화,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구축, 사회적 갈등 축소와 같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공동 노력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정책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과학문화정책일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문화정책은 과학기술을 알리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소통과 협업, 나눔의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문화정책은 역사·환경 등 민속지적인 특성으로 국가마다 그 프로그램들이 다르다. 그러나 각국의 공통된 목표는 과학적 소양 증진과 연구역량 강화 및 이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예컨대 영국은 국가 잠재력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채택하였고, 미국은 스푸트닉 충격(Sputnik Shock)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 프로그램으로 설계하였으며, 일본은 패망 후 국가 재건의 핵심 전략에서 출발한 과학기술 진흥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문화정책은 지금까지의 과학문화정책과는 달리 새로운 융합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과학문화는 과학에 대한 가치표현이자 생활양식으로서 세계상이며, 과학과 대중은 열린 사회·문화적 공간에서 복잡한 그물망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은 고도의 과학기술이 가져오게 될 장밋빛 비전과 더불어, 미래 불확실성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도적 기술을 중심으로 과학문화 산업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공동 노력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했던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연을 관찰했고, 타인에 관한 두려움 때문에 인간의 정체성이나 사회현상을 파악했으며, 두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두려움을 해결하려는 욕망이야말로 과학기술을 만들어낸 동기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세상은 변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나 선택의 중심에는 언제나 과학문화라는 따뜻한 온기가 자리매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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