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익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장
![[디지털산책] 디스플레이 혁명, `게임 체인저`가 돼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05021039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디스플레이 혁명, `게임 체인저`가 돼라")
지난해 디스플레이 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반도체 산업과 함께 주력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2000년 초반 액정디스플레이(LCD)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자들의 위상도 높아졌고, 해외 유수한 디스플레이 관련 전후방 기업들에게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러한 성과에 취해 있을 틈이 없을 것 같다. 최근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굴기가 무섭게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데 디스플레이 산업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LCD 시장에서 한국을 앞서나가기 시작했으며 그 기세를 OLED 디스플레이까지 연결시키고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 한 디스플레이 석학께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보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제안하신 것이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과거 한국이 LCD 강국이었던 시절 우리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OLED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 기술을 '게임 체인저'로 준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2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를 통해 현재 OLED 기술은 초고화질, 새로운 폼 팩터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OLED 이후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게임 체인저'를 적절하게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아니 20년 후의 디스플레이 산업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이 지속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 분명하다. ETRI가 제안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초연결, 초지능 그리고 초실감과 관련된 ICT 중 디스플레이 기술은 초실감성을 강화해 줄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되어 주리라 예상된다.
초실감성을 강화해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대면적이고 고해상도이면서 홀로그램처럼 3차원 공간 디스플레이 등의 실감(Reality) 디스플레이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연성이 있고 신축적이며 투명해 어느 공간에서도 디스플레이가 존재할 수 있는 앰비언스(Ambience) 디스플레이 기술도 포함된다. 아울러 자동차, 퍼블릭, 웨어러블 등 새로운 응용분야 또는 센서 및 엑추에이터 등 다른 기술과 융복합된 컨버전스(Convergence)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컨버전스 디스플레이 기술은 기존 시각만을 보여주었던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인간의 오감 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감성과 감정, 보안 등 인터페이스 기술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보다 큰 '게임 체인저'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인간의 피부 감각을 입출력할 수 있는 스킨(Skin) 디스플레이, 보안 인증 기능을 갖는 생체인증(Biometric) 디스플레이, 뇌파 신호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입출력할 수 있는 생체신호(Biosignal) 디스플레이 등은 관련분야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기술 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FIV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며, 시의 적절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초기의 OLED 기술은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탱하는 중추적 기술로 성장했다. 이제 OLED를 대신할 새로운 '게임 체인저'를 발굴해야 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새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어찌 보면 연구과제가 위험성이 있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연구자들이 박수 받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주길 바란다. 이로써 성실실패가 인정받고 또 용인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연구문화가 정착될 때 우리나라에는 끊임없는 기술 '게임 체인저'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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