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윤성빈과 4차 산업혁명

[이슈와 전망] 윤성빈과 4차 산업혁명
    입력: 2018-03-04 18:00
최양수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이슈와 전망] 윤성빈과 4차 산업혁명
최양수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지난달,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열린 올림픽은 모처럼 많은 국민의 관심을 모은 이벤트였다. 컬링은 일약 대중적인 관심을 모은 인기 스포츠로 부상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을 거머쥔 이승훈은 빙판 위의 철인(鐵人)이었고 매스스타트 게임 후 그의 감동적인 우승 소감은 그가 운동선수 이전에 철인(哲人)임을 보여줬다.

그래도 이번 동계 올림픽 영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을 꼽겠다. 그는 이 생소한 종목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썰매종목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각국의 막강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일등으로 골인하는 젊은이의 기개를 보며 나는 엉뚱하게도 요즘 차세대 먹거리라고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을 생각했다. 이 '혁명'이 피할 수 없는 과학기술 혁신의 미래 방향이라면 과연 우리 한국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분야에서 각국의 '막강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윤성빈처럼 미래에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인가.

윤성빈의 도전은 무모한 것이었다. 스켈레톤은 1928년에 최초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의 금메달은 서구에서 최소 한 세기 전에 시작했던 종목에서 이룬 쾌거다.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이 최초로 사용된 시점을 1956년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장기적으로 연구해온 연구자나 연구기관은 거의 없는 편이다. 축적된 노하우가 부재한 상황에서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부단한 노력은 윤성빈의 성공을 위한 선결 조건이었다.

스켈레톤 썰매는 물론 전용경기장 조차 없는 열악한 인프라 또한 윤성빈의 도전을 무모한 것으로 여기게 했었다. 수 천만 원에 달하는 썰매는 후원을 받았고 해외 전지훈련과 시합으로 경기 경험을 쌓아 왔다. 현재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 인프라도 열악한 상황이다. 일례로 인공지능 연구를 진전시키기 위한 빅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미 글로벌 ICT 기업이 우리와 관련한 양질의 데이터를 선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떠한 내용으로 소통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오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유튜브는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개개인의 선호를 우리나라 어느 미디어 기업보다 정교하게 파악하고 있다. 개인의 선호구조를 반영한 영상 추천 서비스는 토막 영상들을 매듭 없이 흐르도록(seamless) 이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에 관한 정보를 '그들'이 더 많이 갖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심정적으로 불편하게 함은 물론 우리 미디어 산업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래에 '우리' 이용자에 관한 정보를 '그들'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그나마 한류에서의 콘텐츠 경쟁력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한국 콘텐츠를 유튜브로 시청하는 현상이 좋은 예다. 미디어 플랫폼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통신과 미디어 이용과 관련한 빅데이터의 활용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래에는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정교한 분석 알고리즘 없이 그 어떤 미디어 플랫폼도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여만 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상황에서 윤성빈은 무모한 도전을 했다.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그의 성공 여부만큼 4년 뒤 4차 산업혁명에서의 우리나라의 성과가 궁금하다. 정책, 기업, 연구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윤성빈'이 나타날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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