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용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
![[포럼] 저작권 보호의식 한단계 끌어올리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802/2018022002102251102001[1].jpg "[포럼] 저작권 보호의식 한단계 끌어올리자")
4차 산업혁명은 처음 우리에게 첨단의 황홀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를 풍요롭게 해준 1, 2, 3차 산업혁명과 달리 역사의 주인공이 인류에서 로봇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무렵 독일에서 시작된 '독일 표현주의' 예술작품들에도 같은 불안이 담겨 있다. 기술과 무기의 발달이 주는 역설적 무력감, 전간기를 지나는 긴장이 곳곳에 녹아있다. '독일 표현주의'의 표어는 'oh, mensch',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 인간'이다. 인간소외, 몰개성, 기계화 시대에 맞서 내건 것이 '인간적인 것'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복판에 선 우리 역시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으로 돌아간다. 정신적인 것, 창의적인 것, 기계적 학습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문화'가 그 구체화된 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토대가 되는 것이 저작권이다. 저작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인간적인 것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화가 속도를 낼수록, 대량복제와 흉내 내기가 쉬워질수록 독창성과 창의성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하나의 창작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의 고민과 땀방울을 쉽게 복제하고 소비하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파장을 가져온다. 개개인의 창작성을 꺾을 뿐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 전체를 고사시키고 만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문화 창달의 기둥이 되고, 나아가 인류의 입지를 지킨다는 시대적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보호원은 저작권 침해 정보를 신속히 수집하고 불법복제물을 엄중 조치하는 한편, 침해의 사전 예방을 위해 다양한 연구·교육·인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저작권 침해대응 종합상황실' 구축을 마치고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종합상황실은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유통환경과 콘텐츠 장르를 망라해 실시간으로 저작권 침해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대응하는 저작권 보호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다.
또한 교묘해지는 지능범죄에 맞서 비트코인 추적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첨단 포렌식 인프라를 갖추고 수사역량을 키우고 있으며, 향후 저작권 디지털 포렌식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저작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저작권 의식 제고를 위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품이 흐르는 교실'부터 대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 열린 포럼'까지 생애주기별 저작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작권 권리자와 콘텐츠 유통사,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가이드라인과 저작권 상담사례집, 판례집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건강한 저작권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품콘텐츠 유통사를 '저작권OK'로 지정하고 법률 상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육기관에서 정품 소프트웨어, 정품 폰트를 사용하도록 정기 교육과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래의 저작권 보호 이슈를 예측해 앞선 정책수립을 가능케 하는 싱크탱크 부서를 새롭게 조직했다. 급변하는 저작권 보호 환경 속에서 법과 제도를 촘촘히 하는 데 기여하고, 기관과 국가를 뛰어넘는 협력망도 공고히 할 것이다.
첨단기술을 저작권 보호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을 적용해, 기존의 불법복제물 적발 기술을 불법복제물 사전 탐지·예방 기술로 진화시켜나갈 계획이다.
기술 발전은 거대한 변화의 조류 같아서 일개 국가나 개인이 거스를 수 없다. 그 속도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기보다 미리 예측하고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에 기술은 인류의 대체자가 아닌 조력자의 얼굴을 할 것이다. 보호원은 4차 산업혁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고, 우리 문화와 저작권 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기로 삼을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