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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연구자 괴롭히는 규제·행정부담 `아웃`… 합리적 연구환경 만들것"

연구자서 과학행정가로 대변신… 현장 목소리 정책 반영 최대 노력
R&D예비타당성조사 과학기술 가치 중심 평가… 새기술 즉시 도입
상향식 과제 증가 기대속 기초연구 예산 2배로 획기적 확대 '주목'
과제 선정때 연차평가 삭제 추진… 이달말 현장 제도 개선 밑그림 

남도영 기자 namdo0@dt.co.kr | 입력: 2018-02-06 18:00
[2018년 02월 07일자 1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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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연구자 괴롭히는 규제·행정부담 `아웃`… 합리적 연구환경 만들것"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DT 초대석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아직도 후배 연구자들은 하루에 2시간씩 연구실에 앉아 영수증에 풀을 붙여가며 연구비 정산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하는 혁신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런 일 하나라도 제대로 바꾸는 혁신을 해야 합니다."

6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렇게 말하며 "이달 말이면 연구현장 제도개선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연간 20조원에 가까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조정하고 범부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장관들과 함께 국무회의에 배석해 중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분자세포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로 평생 연구에만 몰두해온 임대식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기초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R&D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과학기술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돼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이끌고 있다. 행정가로 변신한 지난 5개월 동안 임 본부장은 연구자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혁신본부장에 취임할 당시에 주변에서 끝까지 연구자 입장에서 소신껏 일하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연구자를 괴롭히는 규제와 행정 부담 등을 없애고 연구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바꿔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과학기술 혁신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R&D 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다. 전 부처가 R&D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올해 혁신본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받은 과학기술 분야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과 범부처 R&D 관련 제도 통합, 연구관리전문기관 기능 통합 등의 굵직한 현안을 추진한다. 임 본부장에게 이에 대한 각오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심화영 과학유통건설부장

- 현장 연구자에서 과학 행정가로 변신하며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한다. 연구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 연구는 결국 연구자가 한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이 발전하면 당장 큰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뿌리가 튼튼해진다. 뿌리가 없이 열매를 딸 수는 없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기초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은 본격적인 과학기술 연구를 한 지 30년 정도 밖에 안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모두 100년이 넘었다. 기술 누적 측면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다행히 지금 연구자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을 보면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는 90년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이고 어떤 터전을 마련해주느냐의 문제다.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최근 질적으로 한계가 보인다. 한 번 더 도약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람보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더 크다. 이런 시스템적인 한계를 극복해줘야 연구자들이 잠재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기초연구 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굉장히 획기적이다. 아직 전체 R&D 예산에서 연구자들이 스스로 주제를 제시하고 수행하는 상향식(바텀업) 과제는 8%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선진국은 20∼30% 수준이다. 단기간에 끌어 올리는 게 쉽지 않겠지만 투자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과제다.

지금도 현장 연구자들의 생각을 많이 듣고 있다. 고민해서 정책을 만들어도 막상 현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현장 연구자가 참여하는 제도 개선 자문단인 연구제도혁신단을 통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관리전문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과 분과별로 회의도 하고 정책에 대한 조언도 듣고 있다. 조만간 혁신단 활동을 바탕으로 범부처 R&D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과학기술 분야에 한 해 19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를 어떤 원칙으로 배분·조정할 계획인가.

내년 예산부터는 투자 원칙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크게 도전적인 기초원천 연구와 국민의 안전과 건강 등 생활문제 해결 연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 등 3가지 방향이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반복해온 연구는 왜 진행했는지 살펴 우선순위를 다시 정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만들면서 부처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봤다. 그동안 부처들이 분야별 5개년 중장기계획을 각기 마련해왔는데, 이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번 과학기술기본계획은 연구자와 각 부처의 의견을 모두 종합해 2040년의 비전과 앞으로 5년간의 계획을 제시한다. 내년부터 이에 맞춰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 기재부로부터 위탁받은 R&D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는 어떻게 수행할 계획인가. 조사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는 실현 가능한가.

과거에 해온 것과 어떻게 차별화해 발전적으로 예타를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안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예타가 경제성 평가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기초연구와 응용·개발 연구로 구분해 과학기술적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경제성을 따지기 어려운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응용·개발연구도 10년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기획을 얼마나 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다.

이전에는 예타를 통과해 사업을 시작하면 중간에 계획을 변경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기술 변화가 빨라 예타 과정에서 기술이 변하기도 한다. 중간에라도 기술이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쓸모가 없어진 옛날 기술로 계속 연구를 해야 했다. 이런 일들을 개선해 새로운 기술을 곧바로 도입하고 목표도 수정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을 갖추려고 한다.

대형사업의 경우 한 번 예산이 결정되면 융통성이 없다. 정해진 예산대로 반드시 수행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선도적인 기술의 경우 처음부터 예산이 많아도 연구자가 없거나 기반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과제는 파일럿 스터디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났을 때 더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R&D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예전에도 기획을 잘한 경우에는 지금 목표로 하는 6개월 안에 통과하는 사례가 있었다. 반면 기획이 부족한 사업들은 경제성에 맞춰 여러 번 수정하다 보니 기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본래 연구 취지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기획을 제대로 해올 수 있도록 사전 컨설팅을 해줄 계획이다. 미리 수요를 받아 컨설팅을 통해 방향을 잡아주고, 예타 과정에서는 심도 있게 검토하되 중간에 수정은 못 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신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이유에 대해 코멘트를 해주고, 이에 따라 수정해 재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는 데, 첫해이기 때문에 굉장히 잘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우려가 있었던 만큼 실행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고민을 많이 해 안을 내놔도 실현할 수 없다면 종이에 불과하다.



- 부처 간 규정 통합 등 R&D 관리 제도 개선은 어떻게 진행되나.

연구현장에 있었을 때부터 R&D 규정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정부 R&D 공동관리규정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부처별 규정이 따로 있어 현장에서는 과제마다 적용되는 규정이 달라 애를 먹는다. 앞으로는 R&D 관리의 기반이 되는 법을 만들고 각 부처에선 그 틀에 맞춰 시행령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한다. R&D 관리규정은 정부에서 연구관리기관을 거쳐 직접 연구비를 받는 학교나 연구소로 내려오면 점점 더 엄격해진다. 감사 등을 우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행정 부담이 커지는 데 문제는 책임을 모두 연구자가 진다는 점이다. 지금은 연구비를 받아서 사용하고 정산하는 과정을 모두 연구자가 수행하는 데, 이런 행정과 연구를 분리해준다면 연구자들이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보통 사람도 1년 치 생활비를 주면서 뭘 먹을지 다 적어내라고 하면 그대로 먹을 수 있겠나. 연구도 과정에 계속 변화가 있는데 연구계획서에 적은 대로 쓰고 영수증을 붙여야 한다. 이런 서류상의 개선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 장기적으론 연구와 행정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규정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 혁신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 현장 연구자들의 기대가 크다. 연구자들은 어떤 점을 가장 요구하고 있는가.

연구현장에서 원하는 건 연구자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이고, 연구는 어차피 연구자들이 몰두해서 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방해만 안 하면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연구를 평가해 성공과 실패를 규정했는데, 이 때문에 쉬운 연구만 선호해 논문이 많이 나와도 수준이 높지 않았다. 사실 연구에는 성공과 실패가 없다. 어린아이가 한순간에 벌떡 일어나 걷는 게 아닌 것처럼 실패를 통해 축적된 기술이 성공을 만든다. 앞으로 이런 특성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

앞으로는 과제를 선정하고 평가할 때 연차평가는 없애려고 한다. 매년 국가가 숙제 검사하듯 연구자들의 성과를 점검하는 건 맞지 않다. 특히 연구자가 주제를 정해 창의적으로 하는 기초연구는 80% 이상 선정에 집중하고, 이후는 연구자를 믿고 과정만 살펴보는 그랜트 방식으로 전환하려 한다.



- 범부처 R&D 컨트롤타워로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컨트롤타워란 말은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조율 역할이란 말이 더 알맞다고 본다. 혁신본부는 정책과 투자, 평가 기능을 갖고 있어 이 세 가지를 갖고 부처와 협의를 통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부처 간 특성이 있는 만큼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조율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제일 어렵다. 현재 혁신본부 내에 실장급 자리가 없어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상태다. 정책·투자·평가 기능을 조정하고 각 부처와 국회, 각종 위원회와 만나는 역할을 본부장이 직접 다하고 있는데 이를 분담할 수 있는 실장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과학기술기본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능을 이관한 대통령 직속 통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올해 4월 출범한다. 혁신본부는 자문회의와 함께 R&D 시스템 혁신을 위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범부처 협력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DT초대석] "연구자 괴롭히는 규제·행정부담 `아웃`… 합리적 연구환경 만들것"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학력

1981∼1984 영일고등학교

1984∼1992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학사·석사)

1992∼1996 미국 텍사스주립대 생화학 및 분자 유전학(박사)


◇경력

1996.12∼1998.7 존스홉킨스병원 박사후연구원

1998. 7∼2000.8 세인트쥬드 어린이리서치병원

박사후연구원

2000. 9∼2002.6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조교수

2002. 7∼2010.2 KAIST 생명과학과 조교수·부교수

2010. 3∼2017.8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생명

과학과 교수

2010∼2017.8 KAIST 히포 세포분열 분화창의연구단 단장

2014∼2017.8 KAIST 생명과학과 지정 석좌교수

2016∼2017.8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학술위원장

2016∼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17.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 본부장


정리=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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