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레진엔터테인먼트 미국법인장
![[DT광장] 웹툰, `창조적 파괴`가 살 길](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2602102351102001[1].jpg "[DT광장] 웹툰, `창조적 파괴`가 살 길")
지금 웹툰 등 만화에서 파생한 산업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소비자 문화 전문가들이 현실도피자, 사회 부적응자로 여기던 '덕후'는 이제 만화에서 파생한 다양한 문화산업계에서 소비를 주도하는 이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이 열광하는 만화 캐릭터들은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어벤저스 등 영웅 캐릭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내며 흥행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시빌 워', '킥애스', '킹스맨'의 원작자인 마크 밀러의 만화 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순수 만화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실제로 만화 판매량이 줄고 있다. 2016년 미국 만화 시장 전체 매출액보다 큰 규모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낸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가 4편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 만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답은 '새로움'에 있다.
10월 뉴욕에서 열린 애니메이션·게임 전시회 '코믹콘'을 찾은 세계 만화산업 관계자들은 유럽 만화의 성장 요인으로 '새로움'을 꼽았다. 마블, DC코믹스가 수년간 정형화된 만화를 양산하는 사이 유럽 작가들은 독특하며 개성 있는 스토리를 창조해온 것이다. 작가, 장르, 작품의 다양성이 유럽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한 것이다.
이탈리아 '루카 만화축제'에 초청받은 쿠기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새로움' 때문이었다. 현지 언론들이 '킬링 스토킹'의 성공 요인을 '새로움'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작품 코드, 스토리, 작화가 모두 새롭고, 사건 전개도 예측불가라는 평가다. 이 작가는 특정 작품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자신이 즐겨 본 작품, 기존 장르의 틀을 '파괴'하면서 가장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본디 웹툰은 '파괴'를 통해 탄생했다. 웹툰 작가들은 페이지를 없애는 방식으로 출판물의 기존 틀을 깼고, 미국 메이저 만화사들이 등한시 했던 장르를 개척해 새로운 독자층을 발굴해 나갔다. 더 성공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파괴'가 필요하다.
이러한 '파괴'를 통한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작가, 업계, 독자 모두 힘써야 한다. 작가는 때로 자신을 '파괴'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독자에게 색다른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웹툰 플랫폼은 이러한 작가들을 발굴해 나가며 그들의 창작 활동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줘야 한다. 모바일 기술 발전과 함께, 웹툰이라는 콘텐츠를 독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재탄생시킬 준비도 해야 한다.
독자는 작품을 이용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내야 한다. 현재 작품 연재가 시작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여러 사이트에 불법복제 콘텐츠가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작가들의 생계와 플랫폼의 존속 여부를 위협할 만큼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법복제 콘텐츠의 유통을 근절하는 것은 작품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독자의 의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 업계, 독자가 공생하면 한국 만화는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만화 생태계 전체가 '파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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