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35) 식품첨가물공전

공전 잘못된 분류로 소비자 혼란
'MSG=해롭다' 인식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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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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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35) 식품첨가물공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첨가물공전'을 개정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개정에 5년이나 걸린 것은 작업이 방대해서가 아니었다. 공전의 잘못된 분류와 명칭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식약처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산뜻한 공전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는 화학적합성품·천연첨가물·혼합제제로 구분되던 613종의 식품첨가물이 감미료·향미증진제·발색제 등 31개 용도로 분류된다.

식품첨가물공전에는 효소(디아스타제·리파아제·펩신·트립신)·단백질(카제인·뮤신·니신)·인지질(레시틴)·유기산(팔미트산·스테아린산)·다당류(알긴산·키틴·펙틴)·알칼로이드(카페인)·색소(카라멜색소) 등 213종의 천연첨가물이 등재되어 있다. 동물이나 식물에서 추출·농축·분리·정제한 천연물들이다. 광물을 정제한 탈크·규조토·백도토(카오린)·벤도나이트나 숯으로 만든 활성탄도 천연첨가물이다.

그러나 공전에는 일반 상식에 어울리지 않는 천연첨가물도 포함되어 있다. 제련 공정을 거친 금박이나 헥산·부탄·석유왁스·유동파라핀과 같은 석유화학제품은 천연첨가물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산소·질소·수소도 동물·식물·광물에서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화학적합성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MSG는 간장·된장·김치나 다시마·멸치에도 들어있는 천연 성분이다. 실제로 MSG는 사탕수수를 발효해서 생산한다. 인공 합성이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없다. 그런 MSG를 인체에 해로운 화학조미료로 전락시킨 기업이 활용한 것이 바로 공전의 잘못된 분류였다. MSG는 천연첨가물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상당한 양을 먹어야만 하는 중요한 아미노산이다.

공전의 어설픈 분류는 MSG만이 아니다. 발린·시스틴·아르기닌·페닐알라닌과 같은 아미노산이나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토코페롤(비타민 E)을 비롯한 비타민은 대부분 천연재료에서 추출한다. 구연산(레몬산)·글루콘산(포도당산)·계피산·사과산과 같은 유기산도 천연물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393종의 화학적합성품 중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인공 화학물질은 많지 않다. 산도(酸度) 조절에 사용하는 수산화나트륨·수산화칼륨·염산·황산·인산·질산 정도가 고작이다. 화학적합성품으로 분류된 첨가물들도 대부분 동물·식물·광물과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해서 생산되는 것이다.

'천연'과 '인공'(합성)의 구분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다. 화학물질의 물리·화학·생리적 특성은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산 과정에서 충분히 정제를 하고나면 천연과 인공의 구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무의미해진다. 첨가물의 천연·인공 구분은 화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천연과 인공 구분의 문제는 생산기술의 발전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1908년 '아지노모도'로 출발한 MSG는 처음부터 다시마에서 추출한 천연첨가물이었다. 정부가 식품첨가물공전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던 1971년의 잘못된 분류를 지금까지 바로잡지 못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첨가물의 용도에 따른 분류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2가지 이상의 용도로 사용되는 첨가물도 많기 때문이다.

첨가물의 명칭도 대폭 손질을 해야 한다. 공전에는 소비자와 전문가들에게 낯선 명칭들이 넘쳐난다. 구연산(레몬산)·안식향산(벤조산)·초산(아세트산)·낙산(부틸산)·차아염산(하이포염산) 등은 일본식의 낡은 명칭이다. 글루타민산(글루탐산)·수산(옥살산)·라우린산(라우르산)·스테아린산(스테아르산)·올레인산(올레산)·만니톨(마니톨)·탄닌산(타닌산)도 정리를 해야 한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UPAC과 화학 분야의 학술단체인 대한화학회의 명명법을 따라야 한다.

식약처가 '식품첨가물'에 대한 인식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무작정 식품첨가물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가정에서 '양념'을 사용하듯이 식품첨가물을 쓰지 않으면 가공식품의 생산·유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가공식품의 생산·유통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식약처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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