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진앤현시큐리티 전무
![[DT광장] 다가온 미래금융, 새 로드맵 마련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0102102351032001[1].jpg "[DT광장] 다가온 미래금융, 새 로드맵 마련해야")
요즘 '이런 화폐는 처음인 듯' 비트코인 못지않게 정부와 민간의 공방이 뜨겁다.
10년 전 최고조에 달하던 미국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를 금융위기 공포로 몰아넣었다. 서브프라임에 투자했던 수 조 달러가 증발하고 헤지펀드 청산과 증시폭락으로 이어진다. 하우스푸어와 홈리스를 양산하고 연쇄부도와 파산 신청으로 금융시스템은 만신창이가 된다. 굳이 튤립파동과 비유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허황과 금융기관의 비양심이 공모한 재앙이다. 금융당국의 그릇된 정책과 부도덕성에 분노한 "Occupy Wall Street" 시위는 기만적 자본가와 불평등 빈부격차에 대한 옐로우카드였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출현한지 9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법적지위나 안전대책 없이 가격변동에만 규제칼날만 난무할 뿐이다. 2008년 비트코인은 새로운 전자화폐시스템의 서막을 열었다. 현재의 중앙권력형 시스템과 계층형 네트워크, 식별성 데이터 구조에 당당하게도 분산형 시스템과 공유 네트워크 그리고 익명성을 배포한 셈이다. 시스템을 통제하는 권력자나 데이터베이스를 독점하는 특권층도 없이 세상에 연결된 참여자들이 거래를 증명하고 공유해나간다.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늑장대응과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정부에게 보란 듯이 촘촘한 행정력과 탄탄한 공익성을 발휘해 나간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비트코인은 거래장부가 쌓이고 소스코드가 공개되고 개인간 송금이 이뤄지고 현용화폐와 교환되면서 소비자가 확산되고 있다. 접속량이 폭주하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해커의 표적이 되어 비트코인은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곳간을 지키는 보안수준과 경비는 허술했지만 비트코인의 시스템적 리스크관리는 빈틈이 없었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보안기술인 블록체인이 재평가되면서 전화위복을 맞는다. 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가격조정과 옥석 고르기를 거치면서 내재가치와 교환가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비트코인이 지탱하고 있는 분권형 시스템과 열린 네트워크 그리고 보안성이 높은 블록체인은 공유시대 공유경제에 적합한 새로운 디지털 부가가치다.
사후약방문과 대안 없이 철퇴만 내리는 식상한 규제드라마의 포맷이 바뀌길 기대한다. 담당 공무원이 대하는 자세에 따라 글로벌 오리알이 되든지 4차산업의 메카가 되든지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중요한 선택을 하는 모멘텀에 미시적인 정책으로만 도배해선 안 된다. 발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끌어내야 할 것과 버려야할 것을 가려야 한다. 어두운 탄광에서 금맥을 캐듯 쉽지 않지만 긴 안목으로 일관된 정책을 그려내고 조각해야 한다. 무분별한 거래소 설립과 사기화폐 발행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불법행위 처벌은 강화돼야 한다. 당국은 통화적, 기술적 상호작용을 면밀히 분석해 신기술 집약산업과 건전한 가상화폐 시장을 조성하는 거시적인 정책을 쏟아내야 한다. 디지털코인과 디지털통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거시코인경제(MacroECOINomics)를 연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향후 해킹과 법적 소송이 집중될 가상화폐거래소는 전자금융업으로 요건을 상향하고 정기적인 감사감독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nti Money Laundering), 지연인출, 고객본인확인(Know Your Customer) Rule, 이상매매탐지(Fraud Detective System) 등 컴플라이언스 준수와 장운영 시간 및 등락폭 조정, 서킷브레이크와 사이드카와 같은 안전장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제 미래의 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기관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세계는 ICT 발전과 파괴적 금융혁신으로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체력은 이미 쇠락하고 있다. 그동안 역동적으로 추진했던 핀테크 육성의 현주소는 한파주의보처럼 차갑기만 하다. 최근 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레그테크(Reg TEch)는 현기증을 유발한다. 여전히 낡은 규제와 높은 진입장벽으로 핀테크 기술이 꽃도 못 피우고 창의적 금융서비스 모델들이 사장되고 있는데 규제테크라니. 이건 어느나라의 모델인지 우리 현실에 적합한지 고민 없이 매력적인 용어만 양산하고 있다. 탈중앙, 탈중개, 탈은행의 인생금융시대에 눈앞에 닥친 이슈만 해결해서는 선진금융시스템을 확보하기 어렵다. ICO 발행 금지, 선물거래 금지, 가상계좌 중단, 거래소 폐지와 같은 극약처방은 글로벌 디지털화폐 가치와 신 금융시장에 대한 균형감각만 상실할 뿐이다. 우리의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보다 못하다는 세계경제포럼의 평가는 시대착오적 낡은 규제와 혁신을 가로막는 신종 땜방규제가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Hello Bank, 싱가포르의 Digibank, 영국의 Transferwise, 실리콘밸리의 OnDeck, 중국의 Alibaba의 금융모델은 국내 규제여건에서는 상상도 출발도 어렵다. 해외 핀테크 비즈니스는 쑥쑥 성장하는데 우리의 핀테크는 규제박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디지털금융 난민을 앞당기지 않으려면 블록체인 응용산업과 디지털화폐에 대한 거시적인 로드맵 수립이 선행해야 한다. 이제 미래의 금융 권력과 화폐는 디지털 소비자와 국민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장벽을 높이고 규제를 신설해서 비좁은 우물을 보호해도 거대한 강줄기에는 휩쓸리기 마련이다. 가상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은 금융산업은 물론 다양한 업종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핵심기술이다. 우리에겐 필요한건 금지와 규제가 아닌 다양한 플랫폼 구축과 디지털생태계 조성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비좁은 연구실에서 미래형 디지털 부가가치를 개발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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