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회적 가치영역 가점
"줄어들던 부채 다시 증가" 우려
"정부가 할 몫 떠넘기나" 지적도
부채 상위 5곳 285.9조에 달해
감소규모는 매우 낮아 '악순환'
"줄어들던 부채 다시 증가" 우려
"정부가 할 몫 떠넘기나" 지적도
부채 상위 5곳 285.9조에 달해
감소규모는 매우 낮아 '악순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들이 여전히 100조원 안팎의 부채를 떠안으면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년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영역에 가점을 주기로 확정하면서, 소폭이기는 하지만 다소 줄어들던 공공기관 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부담을 빚더미에 앉은 공기업에 추가로 떠 넘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디지털타임스가 정부의 '2016년 공공부문 부채(D3) 실적치'와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분석한 결과, 상위 5개 공기업(비금융)의 부채 규모가 285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LH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0조6000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어 단연 1위를 기록했다. LH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123조원으로 2014년 128조3000억원 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00조원이 넘는 빚 부담으로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또한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도 부채규모가 88조7000억원에 이르러, 역시 2015년(92조4000억원)과 2014년(93조9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액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이들 5개 기업의 부채 총액은 2014년 303조1000억원에서 2015년 293조4000억원, 지난해는 285조9000억원으로 줄어 들고 있지만, 빚이 빚을 양산하는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LH와 한전 등 상위 기업의 부채 감소 규모가 금액 면에서는 클지 몰라도 전체에 비하면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실제 LH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년간 2조4000억원을 갚았지만, 이는 전체 부채의 1.95%에 불과하다. 상위 5개 공기업들이 해마다 10조원의 부채를 줄이더라도, 부채를 모두 탕감하려면 앞으로 28년은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내년부터 이들 공기업의 경영평가 기준이 공공적 기능과 사회적 가치를 높게 반영하는 형태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부채를 줄여온 기조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8일 정부가 확정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안을 보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반영 영역이 대폭 강화됐다. 즉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과 지역발전 △윤리경영 기여도 등이 평가대상이다. 결국 공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확대와 근로 환경 개선, 저소득층 요금 감면 등의 비용 증가 사업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부가 대내외적으로는 공기업의 경영내실화를 앞세워 부채를 줄여 나가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공공 일자리 확대, 사회적 사업 확대 등을 요구하며 더 많은 출혈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과거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들을 공기업에 전가했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며 "시장형 공기업은 그 자체로 시장형이니 만큼 시장 원리에 맞게 경영할 수 있게 하고, 사회 안전망 확보와 취약계층 지원과 같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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