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워킹맘, 그들에게 `끼니`란 무엇인가

정혜경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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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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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워킹맘, 그들에게 `끼니`란 무엇인가
정혜경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책임
회식을 마치고 나니, 달콤한 벌집피자가 6조각이나 남았다. 포장해 달라 말라고 싶지만, 말하기 전에 이미 팀원들이 포장해 내 손에 들려준다. "책임님~ 애들 갖다 주세요." 창피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보니, 회식 후 남은 누룽지 백숙이나 갈비까지 스스럼없이 포장해 와 아이들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후 배식대를 보면 장조림, 브로컬리 메추리알 조림, 오이무침같은 맛깔스러운 밑반찬이 잔뜩 남아 있다. '저거 통에 담아 가면 며칠은 반찬 걱정 안 할텐데 아깝다.' 싸 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영양사 선생님께 여쭤 본다.

퇴근 후 장을 봐 집에 가면 저녁 준비시간이 다급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며 무엇을 해 먹을지 걱정한다.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의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아침마다 출근길에 어린이집 등원을 같이 하는 막내는 제 아침꺼리를 싸 들고 나와 차에서 먹는다. 퇴근 후, 막내를 찾아 집에 오면 아침에 늘어놓은 설거지꺼리와 말라붙은 밥알과 찬들이 잔뜩 어질러져 있다.

아이들 끼니는 대체로 집에서 챙겼다. 전복이 제철이면 전복밥 지어 냉이된장국을 끓여내고, 가지, 당근 등을 안 먹으려 하는 애들을 위해 짜장, 카레에 야채를 듬뿍 넣고 열심히 볶았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린 아이들 셋과의 외식은 전쟁이었다. 늘 식당의 구석자리를 공략하거나 애들과 노는 동안 남편이 먼저 먹고, 내가 먹는 동안 남편이 애들과 버텨주는 식이었다. 아침, 저녁과 주말 끼니 챙기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곧 육아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방학 때마다 돌봄교실에 가는 아이를 위해 싸는 도시락은 워킹맘에게 앙증맞은 기쁨보다는 새벽 노동이다.

며칠 째 똑같은 깍두기 반찬이라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한 끼의 행복에 웃으며 다양한 끼니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 밖에. 맛있게 먹고 나면, 밥상 치우기 정도는 간간이 남편과 아이들 몫으로 협업해 보자. 그저 잘 키우기 위해 기저귀를 채우고 치우기를 반복했던 일상인데,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상은 아이들이 다 자라 독립해도 언제까지나 계속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