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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모두 `다윗`이어야 하나

이근형 정보통신콘텐츠부장 

입력: 2017-12-17 18:00
[2017년 12월 1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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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모두 `다윗`이어야 하나
이근형 정보통신콘텐츠부장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이야기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 예술가들의 단골 주제로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이스라엘의 양치기 다윗이 돌팔매질 한 번으로 자신보다 배는 크고 갑옷과 창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의 용장 골리앗을 넘어뜨렸다. 기원전 10세기 다윗의 전설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작품과 영화로 재탄생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불리함을 극복하고 불가능하다고 여긴 일을 이뤄내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역사에서 다윗과 골리앗 같은 사례는 손으로 꼽힐 정도로 드물다. 명량해전에서 판옥선 12척을 이끌고 왜선 330척을 물리친 이순신이나 수양제의 100만 대군을 물리친 을지문덕 등 수천 년 동안에도 몇 명 없었다. 이들은 모두 역경을 이겨내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만큼 흔치 않기에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기록을 '위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읽는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은 수많은 다윗과 이순신을 원하고 있다. 불리한 환경에서도 인터넷과 콘텐츠 강국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이순신이 '백의종군'의 치욕을 떨치고 명량의 기적을 일궜듯 온갖 족쇄를 스스로 풀고 조국의 인터넷 영토를 지키고 해외로 뻗어 나가라고 한다.

국내 인터넷·콘텐츠 산업은 위기다. 곱지 않은 시선과 규제 속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공룡과 경쟁하며 우리 영토를 지켜왔지만,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게임산업도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3총사가 사상 최고 매출 행진을 하고 있지만, 중국의 콘텐츠 공세 앞에 게르만족의 침략을 앞둔 로마의 밤처럼 마지막 영광을 누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들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오히려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차별을 받으며 불리하게 싸우고 있다. 손발이 묶인 채로 링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법인세로만 2746억원을 냈는데, 덩치가 더 큰 구글이 얼마의 세금을 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보다 쥐꼬리 수준이라고만 알려졌다. 인터넷망 사용료의 경우도 네이버는 지난해 734억원을 냈지만, 구글은 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다윗이 와도 이길 수 없다.

이것이 다는 아니다. 한국 게임산업은 중국에도 없는 심야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게임결제 한도 등 규제에 묶여 성장 발판을 잃어버렸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국내 규제 당국의 칼날 아래 스스로 검열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서버가 국내에 없다, 국내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빗겨가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갖춘 대한민국은 그들의 놀이터이자 시험장, 장터가 된 지 오래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도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규제의 칼자루를 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국내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강대국 앞에서 우리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과를 이뤄내야 영웅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고 치켜세운다. 그렇다고 우리 인터넷 기업 모두가 다윗이 되고 이순신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상황이라면 대부분은 영웅 근처에도 못 가보고 사라질 것이다. 기업에 영웅이 되라고 떠밀기 전에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차별받는 일만큼은 없애는 것이 우리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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