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법률화' 통해
사업 승인·허가 일시적 가능
사업 승인·허가 일시적 가능
■주목! 이 법안
(1) 4차 산업혁명 지원법
법은 삶, 기업, 경제와 맞닿아 있다. 좋은 법은 삶과 기업을 풍요롭게 하지만, 나쁜 법은 걸림돌이 될 뿐이다. 현실과 떨어진 법은 그 자체로 '규제 대못'이다. 이에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삶, 기업, 경제의 관점에서 짚어보는 코너를 통해 '좋은 법 확산'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 특히 미래 먹거리인 4차산업혁명, 정보통신기술(ICT), 벤처산업과 관련한 법안들이 주 관심사다.
#손목시계와 스마트폰 앱을 접목해 뇌졸중 환자를 위한 심전도 측정 손목시계를 개발한 새싹기업 '휴이노'.
손목시계가 심전도를 측정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폰 앱에 전달하면 실시간으로 건강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의사에게 정보를 보내 원격 상담이나 화상진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휴이노는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제품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선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막고 있는 규제장벽 때문에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는 탓이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법이 따라오질 못한다"면서 "신생기업은 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재원이나 여력이 없다. 빠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지원법, 왜?= 최근 ICT와 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쟁력을 갖춘 새싹기업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는커녕 규제 때문에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은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의 금융그룹인 UBS가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력 순위를 조사한 결과(2016)를 보면 한국은 139개국 중 25위였다. 특히 입법 지원 등 법적 보호수준은 62위밖에 되지 않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최근 '4차 산업혁명 대비 신산업 창출과 산업혁신 지원법안(4차 산업혁명 지원법)'을 대표 발의한 것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법적 대비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홍 의원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만들어졌으나, 기존의 법만으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에 부족하다"면서 "미래형 신산업 창출과 산업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정부조직과 추진체계, 규제개선, 행·재정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 없으면 일단 허가… 인력양성, 투자 위한 재원 확보"= 이 법안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점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하려는 기업 등이 법령상 기준이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라도 일시적으로 사업 허가·승인 등을 받을 수 있게 한 규제 완화제도다. 기업이 기존 규제로 인해 기술개발이나 사업추진에 방해를 받을 경우 정부에 행정규제 개선을 요구하면 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미래형 신산업의 창출·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산업부 밑에 '산업혁신위원회'를 설치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정부의 주요 정책을 계획하고 심의·조정, 점검·평가하도록 했다. 산업혁신위는 실무 부문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밖에도 미래형 신산업 창출과 산업혁신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재원을 지원하는 근거를 담았다.
홍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촉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규제 완화"라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법률화해 효율적으로 규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국가와 정부의 책무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규제 완화와 행정·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체계화된 4차 산업혁명 관련 법안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홍 의원은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뒷받침되면 산업현장에서의 체감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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