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내 특허심판 제기 모든 업체
최초 청구자로 우선판매권 획득
성분 같은 수십개 약품 경쟁구도
판매권 얻었어도 실적 도움 안돼
최초 청구자로 우선판매권 획득
성분 같은 수십개 약품 경쟁구도
판매권 얻었어도 실적 도움 안돼
이슈분석 한미 FTA 3년, 특허에 울고 웃는 제약사들
(중) '무더기 독점' 힘 잃어 가는 독점권
한미FTA에 따라 2015년 3월 15일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되자 국내 제약업계는 제품 판매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에 주목했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특허 소송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고 특허에 도전한 후발주자의 의약품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제약사가 기존 오리지널 제품 특허를 무효화 또는 회피하면 최대 9개월 동안 '우선판매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같은 제품에 대해 다수 제약사가 공동으로 독점권을 갖게 되면서 '독점' 취지가 퇴색됐다는 업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이후에 나오는 복제약의 경우 다른 경쟁사 복제약보다 미리 병·의원에 진입하는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이에 제약사들은 제도 시행 두 달 동안 1078건에 달하는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선판매권을 획득하더라도 제품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우선판매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도 시행 시점부터 작년 5월 31일까지 우선판매품목허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52개 등재의약품에 대해 204건의 후발의약품이 우선판매권 허가를 신청했다. 특히 허가가 가장 많이 몰린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베실산염·로사르탄칼륨 복합제'의 경우 45개 제품이 우선판매권을 획득했다. 한미약품이 연간 600억원 어치 이상 팔고 있는 아모잘탄의 복제약을 남보다 먼저 출시하기 위해 제약사의 특허심판 청구가 빗발친 것이다.
십여 곳의 제약사들은 한미FTA가 시행된 2012년부터 공동 개발에 착수해 의약품 허가특허 심판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20개 제약사 45개 품목이 우선판매권을 획득하면서 '독점권'의 의미는 무색해졌다. 실제로 아모잘탄은 복제약이 쏟아진 2015년에도 원외처방액 670억원을 기록하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선판매권을 부여받은 복제약들은 결과적으로 아모잘탄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셈이다.
다수 제약사가 동시에 우선판매권을 받는 것은 가장 처음 특허 심판을 청구한 업체에게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특허심판 후 14일 이내에 특허심판을 제기한 모든 업체에 최초 청구자로서의 권리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제도 시행 3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 10개 제약사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특허를 회피해 내년 5월 25일까지 우선판매권을 획득했다. 또 휴온스, 한독, 국제약품 등 6개 제약사가 추가로 우선판매권을 얻어 오리지널 업체까지 17개 제약사가 연간 1500억원 규모 비리어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홍기 코아제타 대표는 "사실상 독점권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우선판매권 부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면서도 넣고 보자는 식으로 특허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 제품 출시 단계에 있는 회사에 독점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
(중) '무더기 독점' 힘 잃어 가는 독점권
한미FTA에 따라 2015년 3월 15일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되자 국내 제약업계는 제품 판매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에 주목했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특허 소송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고 특허에 도전한 후발주자의 의약품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제약사가 기존 오리지널 제품 특허를 무효화 또는 회피하면 최대 9개월 동안 '우선판매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같은 제품에 대해 다수 제약사가 공동으로 독점권을 갖게 되면서 '독점' 취지가 퇴색됐다는 업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이후에 나오는 복제약의 경우 다른 경쟁사 복제약보다 미리 병·의원에 진입하는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이에 제약사들은 제도 시행 두 달 동안 1078건에 달하는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선판매권을 획득하더라도 제품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우선판매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도 시행 시점부터 작년 5월 31일까지 우선판매품목허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52개 등재의약품에 대해 204건의 후발의약품이 우선판매권 허가를 신청했다. 특히 허가가 가장 많이 몰린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베실산염·로사르탄칼륨 복합제'의 경우 45개 제품이 우선판매권을 획득했다. 한미약품이 연간 600억원 어치 이상 팔고 있는 아모잘탄의 복제약을 남보다 먼저 출시하기 위해 제약사의 특허심판 청구가 빗발친 것이다.
십여 곳의 제약사들은 한미FTA가 시행된 2012년부터 공동 개발에 착수해 의약품 허가특허 심판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20개 제약사 45개 품목이 우선판매권을 획득하면서 '독점권'의 의미는 무색해졌다. 실제로 아모잘탄은 복제약이 쏟아진 2015년에도 원외처방액 670억원을 기록하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선판매권을 부여받은 복제약들은 결과적으로 아모잘탄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셈이다.
다수 제약사가 동시에 우선판매권을 받는 것은 가장 처음 특허 심판을 청구한 업체에게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특허심판 후 14일 이내에 특허심판을 제기한 모든 업체에 최초 청구자로서의 권리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제도 시행 3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 10개 제약사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특허를 회피해 내년 5월 25일까지 우선판매권을 획득했다. 또 휴온스, 한독, 국제약품 등 6개 제약사가 추가로 우선판매권을 얻어 오리지널 업체까지 17개 제약사가 연간 1500억원 규모 비리어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홍기 코아제타 대표는 "사실상 독점권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우선판매권 부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면서도 넣고 보자는 식으로 특허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 제품 출시 단계에 있는 회사에 독점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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