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규제철폐-노동개혁, 더 미루지 말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202102351607001[1].jpg "[시론] 규제철폐-노동개혁, 더 미루지 말라")
경제성장,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1.4%(전 분기 대비)로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올 목표치 3%를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소비와 고용상황은 여전히 저조하고 가계와 기업의 체감경기는 차갑다. 3분기 성장을 '깜짝' 성장이라고 하는 건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은 없다는 뜻이다. 성장률과 수출, 종합주가지수 등 지표는 괜찮지만 내용을 보면 좋아하기엔 아직 이르다.
3분기 수출호조는 추석 장기연휴를 앞두고 9월에 밀어내기 수출을 한 실적이 반영돼 있어 4분기에도 호조를 보일 것인지는 두고 봐야한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5% 급증한 551억3000만 달러로 통계 작성 이래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몇몇 품목에 의존하는 수출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올 상반기 반도체는 수출비중 16%, 무역수지 흑자의 53%를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은 반길 일이지만 반도체 특수(特需)가 끝나는 경우 한국경제와 수출의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의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과거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기업가가 투자를 결행한 결과다. 이제 반도체를 보완할 새로운 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을 주도하던 자동차 조선 등의 미래는 밝지 않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 기록은 반도체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에 힘입은 바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15년 말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17%에서 현재 4분의 1을 웃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를 큰 규모로 매입했고 앞으로도 매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게 주가상승을 이끈 주요요인의 하나다. 코스피 동향만으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앞길은 험난하다. 북핵과 중국의 사드 보복,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대응하면서 경제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은 기업을 뛰게 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인이 죄인처럼 매도되는 상황은 끝내야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법인세율 인상 등은 모두 기업의 부담을 늘린다. 더욱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우리의 노동시간은 최장이지만 생산성은 꼴찌권이라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될 규제 철폐와 노동개혁은 왜 서들지 못하는가. 저성과자의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양대 지침'은 폐기돼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릴 길을 막고 있다. '양대 지침' 폐기를 주장했던 노동계는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는 등 또 다른 요구를 한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마련한 '노동계 초청 대화'자리에도 불참했다.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에도 여전히 불만인 모양이다.
경제는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각기 다른 악기를 가진 연주자들을 통솔, 같은 느낌으로 곡을 잘 연주할 수 있게 이끈다.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를 챙기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들을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게 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갈 길은 먼데 겨우 성장률 3% 벽을 넘는데 만족할 수 없다. 성장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일에 힘을 쏟아야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인류역사에서 지금처럼 큰 변화를 겪는 시대는 없었다. 초고속으로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멈칫하면 쇠망하게 돼있다. 그런데 정치권을 보라. 과거를 붙들고 시비하면서 4차 산업혁명과 미래를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는 어떤 것인가. 경제혁신을 가로 막는 장벽, 다시 말해 기업 옥죄는 규제와 시대착오적인 노동계 행태부터 헐어야한다. 이런 걸 그냥 두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말하는 건 허공의 메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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