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의 전쟁/김영준 저/스마트북스/1만4800원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지난해 유행처럼 생겼던 대만 카스텔라(사진) 가게는 전부 어디로 갔을까. 일각에서는 올해 초 한 방송 프로그램의 대만 카스텔라 편이 직격타라고 말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다르게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진범이라는 것. 대만 카스텔라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아 따라 만들기가 쉽다. 그러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경쟁자보다 가맹점을 더 많이 늘려야 했고, 본사의 몰락을 초래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폭발적인 증가세에 참가한 가맹점주 역시 공범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대만 카스텔라의 성장이 눈에 보이자, 단기간 가시적인 성과를 취하기 위해 몰려든 가맹점주들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정 방송에 의한 타살이 아니라 그 사업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에 의한 자살이라는 게 결론이다.
국내 길거리 음식의 이 같은 유행과 몰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공한 이들은 성공비결이 '좋은 상품을 팔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좋은 상품을 팔았음에도 성공은커녕 사업을 접어야 하는 곳들이 즐비하다. 이 책은 이러한 비밀을 파헤친다. 경제학과 투자이론, 데이터를 통해 기회와 기회로 위장한 위기의 차이를 살펴보며, 이를 통해 소비자와 상가투자자, 사업자가 각기 무엇을 놓치고 있고, 무엇 때문에 성공을 꿈꾸었음에도 쉽게 몰락하는지를 살펴본다. 소비시장 관련 기업, 자영업자, 소비자, 퇴사준비생, 상가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처음 보는 재미있는 가게들은 뜨는 동네에만 있고, 강남역 등엔 흔한 가게들만 가득할까? 왜 우리나라 커피는 다른 나라보다 비쌀까? 저자는 잘 모를 때는 모든 것이 부조리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우리가 몰랐던 소비시장의 진실을 밝힌다. 누가 대만 카스텔라를 죽였는지, 부자 아빠 지망생들은 왜 실패만 경험하는지, 소비시장에 대한 무지가 시장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소비자, 그리고 소비시장의 생산자인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소비시장 아이템의 흥망성쇠도 살펴본다. 유행 아이템은 어떻게 성장하고 쇠락하는지, 유행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왜 실패하는지 고찰한다. 소비시장의 유행 아이템이라는 기회로 위장한 위기를 알아보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유행 아이템의 흥망성쇠를 '소비자 관심 라이프사이클'을 통해 분석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비밀과 왜 사람들이 쉽게 망하는지도 다뤘다. 성공 스토리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가 가진 시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해부하고, 사업 성공의 요소에 대해 차분하게 점검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 소비시장의 가격 책정 원리도 빠질 수 없는 주제다. 매번 반복되는 원가논쟁을 종식할 수 있도록 가격 메커니즘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호 불신을 넘어 소비시장을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고, 원가 논쟁을 종식하며, 소비시장 진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밖에 신규 시장 진입자, 대기업의 대량생산품, 프랜차이즈에 추격당하는 작은 가게들은 무엇을 무기로 살아남아야 하는지, 입점의 최적 입지는 어디인지, 골목은 어떻게 상가로 변하는지, 상권과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무엇인지 등 오랜 질문들에 대해 뜨는 상권을 예로 들어 해답을 준다.
저축이 미덕이었던 세대에서 소비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세대로의 이동, 저자는 이 지점에 주목하고, 소비자의 높아진 소비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고 취향과 안목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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