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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낙하산`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9-27 18:00
[2017년 09월 2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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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낙하산`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우리나라 영자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기사 제목이 이랬다. 'Parachute appointments' dominate finance sector'(낙하산인사 금융계를 휩쓸다, The Korea Times, 2017. 9. 9/10))라는 기사가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면 사전을 찾아볼 것 없이 낙하산 인사가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낙하산' 소리만 들어도 크게 분개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그저 마이 웨이(my way), 국민의 비판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9월초 감사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에 김(60살)씨가 사장 상담역으로 낙하산 취업했다. 서류만으로 특채된 이 사람은 1년 동안 딱 하루 출근하고 수당 퇴직금 등 급여 80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이 아무개와 은 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있다(Some are raising concerns over Lee and Eun, and criticizing them as 'parachute appointments' by Jang Ha-sung, presidential chief of staff for policy.)" 이게 위에 언급한 영자신문 기사의 핵심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제발 저리다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공공기관 책임자들이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줄사퇴하고 있다. 미얀마 대사나 관세청장은 최순실 인사니까 그렇다 치고, 이미 오래 전 YTN사장이 물러나더니 EBS사장과 아리랑TV사장도 임기 전 사퇴했다. "공기업 사장 잔혹사… 정권교체기 줄줄이 검찰 앞으로"(중앙일보, 2017. 9.11)가 기사 타이틀이다. 이러니 잡혀가지 않고 집으로 무사히 간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지 모르겠다.

지난 9월 6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대표는,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자 31명 중 무려 22명이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5대 인사원칙을 위반했고 그 중 4명은 자진 사퇴했다며 문대통령은 탕평, 균형, 통합인사라고 자화자찬하기 전에 청와대 인사추천과 검증에 완벽하게 실패한 책임자들부터 즉각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에 연루된 사람을 인사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강조했으나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카터(Carter)가 대통령이 되면 땅콩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백악관으로 몰려가고, 레이건(Reagan)이 당선됐을 때는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던 측근들이 워싱턴으로 진출한다. 코드가 맞든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일하는 게 하등 이상할 것도 없다.다만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원칙만은 지켜져야 한다. 운동권 출신, 좌파 시민단체 출신, 측근 코드인사라는 것만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전문성이 부족한 데도, 능력이 모자라는 데도, 더 좋은 인물이 있는데도 공신이라고 기용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문제일 뿐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석상에서 문대통령은 "과거 정부에 중용됐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경선 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함께 하는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지켜진 것은 없다.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정권을 잡으면 선거 때 자기편에 줄 섰던 이들을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앉힌다.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한시(漢詩)가 인터넷 상에 유포되고 있다. "오늘 이 도둑을 보내니, 내일 다른 도둑 오는구나/도둑들만 계속 오네, 온 세상에 도둑이 넘치네", 이런 뜻이다(今日送此盜/明日來?賊/此盜來不盡/擧世皆爲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던 한전 자회사의 사장 상담역의 경우를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끼리끼리 봐주고 눈감아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겠습니다. 공공분야의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습니다"고 다짐한 바로 그 다음날 코미디언 자니윤을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앉히라고 지시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문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새로 만들고 장관 후보자로 한 젊은 공학교수를 추천했다. 이분의 과거 행적과 역사인식 그리고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과학관 등이 논란을 빗자 청와대가 나서서 '생활 보수'라는 해괴한 논리로 해명했다. 이를 어느 신문은 "최근 문재인 정부 1기 인사들을 보면 인사의 창은 '탁하다, 인사 실패-논란-변명-낙마'로 이어지는 고집인사의 모습이 어른거린다"(경향, 2017. 9. 7)고 썼다.

영어로 낙하산 인사를 parachute appointment라고 쓴 것은 콩글리시다. 이 말에 딱 맞는 영어가 없으니까 편의상 썼겠지만 적어도 기사 안에서 간단히 풀이를 했어야 한다. 내로남불은 국민 불신을 낳는다. 낙하산은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다.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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