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오케이 골프`는 신사의 게임](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1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오케이 골프`는 신사의 게임")
골프는 어떤 운동보다도 규칙을 중요시한다. 심판이 없는 골프경기에서는 플레이어 스스로 심판노릇을 해야 한다. 골프는 혼자서 플레이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심리적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다른 스포츠처럼 맞대결하지 않는다. 여기에 골프를 신사 게임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있다. 자신의 양심에 의거해서 스스로 벌타를 줘야 하는 경우도 흔히 있어서 골프경기에서 비신사적인 행동은 크게 지탄을 받게 된다.
지난 7월 29일 미국 미주리 주 오거스타 분 밸리 골프클럽에서 2017년 US여자주니어골프 선수권대회 준결승이 열리고 있었다. 에리카 셰퍼드(Erica Sheperd)와 엘리자베스 문(Elizabeth Moon)의 경기였는데, 18홀 매치 플레이(전체 스트로크를 계산하지 않고 18홀 가운데 몇 홀을 이겼는가를 갖고 승부를 짓는 경기 방식)로 열린 이들의 4강전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play-off)에 접어들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셰퍼드가 먼저 파(par)로 홀 아웃하였고 문은 약 1.2미터 버디 퍼트(put)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 때문에 버디 퍼트는 홀 왼쪽으로 살짝 비켜 갔고 홀에서 약 15cm 떨어진 곳에 멈췄다. 문은 별 생각없이 공을 집어 들었지만 세퍼드는 "나는 그 공에 대해 오케이를 준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 현장으로 경기위원들이 달려오고 확인 끝에 문에게 1벌타가 부과돼서 패배 위기에 몰렸던 셰퍼드가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 다음날 개최된 결승전에서 우승했다.
스킨 게임이나 매치 플레이에서 보통 1미터 이내 거리를 남겨둔 퍼트에 대해서는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고 오케이(OK, okay)를 주게 된다. 그런데 15㎝퍼트를 자기가 눈감고 있어서 못봤다고 주장하면서 오케이를 주지 않고 벌타를 받게 한 처사는 지나치다. 설령 우승했더라도 이런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선수에게는 좋지 않은 평판이 오랫동안 따라다닌다.
유사한 사건은 2년 전에도 있었다. 2015년 9월20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솔하임컵 마지막 날 스웨덴의 수잔 페테르센이 앨리슨 리에게 홀에서 50㎝부근에 붙인 공에 대해 컨시드를 주지 않아 골프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뒤에 페테르센은 "우리팀이 이기는 것을 스포츠맨십보다 우선해 생각했다. 이보다 더 처참한 슬픈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다"고 사과했다. 컨시드(concede)를 흔히 우리는 오케이라고 말한다. "오케이지?" "오케이 줘!" 늘 쓰는 말이다. 심한 경우 스스로 자기의 볼에 대해 오케이를 주는 이른바 셀프오케이도 있다.
골프용어로 오케이는 콩글리시다. 컨시드(concede)는 시인하다, 인정하다는 뜻인데, 특히 게임이나 선거 등의 패배를 인정할 때 쓴다. 골프시합에서 컨시드는 상대방의 짧은 퍼트를 들어간 것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파3홀에선 앞팀이 모두 그린에 공을 올리고 나면 뒷팀에게 싸인(sign)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처도 좋다고 뒷팀에게 손을 흔드는 행위를 싸인준다고 말한다. 싸인 역시 콩글리시다. 손을 흔드는 행위는 싸인이 아니라 웨이브(wave)라고 해야 한다. 엉터리 골프용어는 부지기수다. 첫 홀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티업(tee up)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티업이 아니라 티어프(tee off)다. 또 네 사람이 함께 골프를 칠 때 매 홀마다 그 전 홀에서 제일 스코어가 좋았던 사람이 첫번째로 티샷을 하게 된다. 한동안 우리는 먼저 치는 사람을 오너(owner)로 잘못 알고 있었다. 영어로는 아너(honor)라고 해야 한다. 첫번째 치는 영예(榮譽)를 갖는 플레이어(a player to take the honor to hit first)를 줄여 그냥 아너가 됐다.
친구를 만나면 "언제 한번 필드에 같이 나갈까?"하고 말하지만 골프장은 필드(field)가 아니다. 필드도 푸른 들판을 가리키지만 스포츠 용어로 필드는 야구장의 외야나 육상경기장(field & track)의 안쪽에 만들어 놓은 넓은 경기장이다. 이곳에서 투포환, 높이뛰기, 넓이뛰기, 창던지기 등 경기를 한다. "언제 필드에 한번 갈래?"는 "Will you go out for a round of golf?"로 말해야 한다. 이제 완연한 가을 날씨다. "How about a round of golf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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