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온실가스·미세먼지 걱정없지만
발전 효율·소음 등 부작용도 만만찮아
발전 효율·소음 등 부작용도 만만찮아
![[이덕환의 과학세상] (619) 신재생의 친환경성](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002101476788002[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19) 신재생의 친환경성")
햇빛·바람·밀물에 엄청난 물리적 에너지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은 전통 풍차와 범선이 고작이었다. 20세기 후반에서야 등장하기 시작한 신재생 기술은 여전히 발전 중이다.
물론 신재생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특히 현대 문명에 꼭 필요한 전기의 생산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자연을 활용하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경험해왔던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다. 식량 확보를 위해 농지와 초원을 활용한 결과가 그랬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신재생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신재생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신재생 발전에는 상당한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GW의 전기를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대략 20㎢의 땅이 있어야 한다. 풍력은 5배 이상 필요하고, 조력은 다시 2배 이상의 면적이 더 있어야 한다. 실제로 56㎢의 시화호에 설치한 조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은 254㎿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밀도가 높고, 산악이 많은 우리에게 신재생은 결코 만만한 것일 수가 없다.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면 애써 키운 나무를 베어내고, 농사를 포기해야만 한다. 농작물 재배를 포기하고 '전기' 농사를 지으라는 일부 신재생 전문가들의 주장은 농민들의 입장을 철저하게 무시한 무책임한 궤변이다. 철제 빔에 올려놓은 시커먼 태양광 시설은 농민들에게 유해·혐오 시설이다. 안전도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산사태도 걱정해야 하고, 햇볕이 차단되고, 열에 익어 죽어가는 농지와 저수지의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거대한 풍력 발전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저주파 소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진 속에서는 낭만적으로 보이는 하얀 풍력 발전기가 실제 주민들에게는 자연 경관을 심각하게 해치는 위압적인 흉물이다. 해양 생태계를 망쳐버리고, 어민들의 소득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상풍력 단지도 청정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조력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으로 가동 중인 조력발전소는 프랑스의 랑스(1967년)와 수질 악화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조력발전 시설로 전환한 시화호(2011년)뿐이다. 그나마도 완만한 지형의 서해안에서는 하루 2번의 밀물 때 짧은 시간 동안만 발전이 가능하다. 유력한 후보지라는 가로림·강화·인천만의 사정이 그렇다.
신재생이 햇빛·바람·밀물에 의한 자연의 에너지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거나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신재생으로 생산된 전기의 에너지는 결국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도시나 산업현장에서 열의 형태로 방출된다. 작은 규모에서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규모가 커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과연 어떤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신재생 기술의 수준과 비용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현재의 신재생 기술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선진국의 사정도 그렇다. 기술의 완성을 위해 아직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 비용은 완성된 기술의 보급에 필요한 비용과는 다른 것이다. 태양광 패널의 제작과 폐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도 심각하다. 일조량·일조시간·바람이 턱없이 부족하고, 계절에 따른 변화도 심한 것도 외면할 수 없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겨울철 야간에 태양광은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신재생은 국가 전력수급의 '조연'이지 신뢰할 수 있는 '주연'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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