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중앙대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발언대] 미디어 콘텐츠, 청소년 목소리도 반영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0502102269037001[1].jpg "[발언대] 미디어 콘텐츠, 청소년 목소리도 반영해야")
어린 나이부터 방송통신 콘텐츠를 모바일로 이용하기 시작한 모바일 네이티브(native)인 어린이, 청소년은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경로를 찾아내는 능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뛰어나다. 방송통신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대부분의 콘텐츠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웹(web)이나 앱(app)에서 소비되는데 서비스나 채널의 형태는 다양화된 개인의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고 숫자도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어떠한 미디어를 선택, 이용해야 할지 잘 알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효율적인 방송통신 심의 규제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분명 규제 공백의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분명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규제라는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로를 생각해낼 것이다. 네트워크화된 공간에서 모든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상황에서 융합콘텐츠의 소비 경로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완벽한 수준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미디어 이용자가 잘 모르는, 빈틈이 많은 현재의 심의 규제가 개선되기를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불건전한 콘텐츠가 가득한 융합미디어 환경 속 보호가 필요한 유약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특정 목적을 가지고 원하는 미디어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능동적인 존재이자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창조적인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소비와 생산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대처가 필요한 영역을 더 이상 콘텐츠 소비 측면에만 한정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모방 가능성이 있는 부적절한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도 문제지만 청소년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생산자가 되었을 때 발생하는 역기능은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나 콘텐츠 이용을 무조건적으로 막는 제한적인 방식의 규제나 중재가 현재의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융합미디어 콘텐츠의 역기능을 예방하고 건강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디어 이용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서 실효성 있는 규제와 함께 청소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보다 건강하게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차원의 중재가 함께 활용돼야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불건전한 융합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규제 및 중재가 어린이,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이용 행태를 반영한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이뤄짐으로써 그 효과가 더욱 크게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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