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값 되레 떨어져
직격탄 맞은 강남, '급급매' 등장
잇단 집값 하락 깡통전세 우려
실수요자 시장 참여 유도책 필요
직격탄 맞은 강남, '급급매' 등장
잇단 집값 하락 깡통전세 우려
실수요자 시장 참여 유도책 필요
■8ㆍ2 대책 한 달
(상) 투기수요 잡았지만 거래 실종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지위 양도 금지, 다주택자 대출·세금 강화 등 주택 투자 수요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에 나선 지 한 달. 당초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로 매매거래 중단, 관망세 지속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이후 1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은 약세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0.54% 떨어졌는데 6.19 대책 발표 뒤 1개월간 1.76%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주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랐는데 일주일 전 0.03%보다 오름폭이 줄었으며 지난달 4일 조사 이후 5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된 모습이다.
8.2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한 달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가격이 빠진 급급매가 등장했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일부 사정이 급한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을 뿐,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은 내년 4월 전까지 시기를 보고 있으며 매수자들도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주택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은 지방에 비해 주택 공급 물량이 적었던 상황에서 하반기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대규모 예정돼 있어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 또는 관리처분계획이 진행 중인 재건축 단지는 1만9802가구로 대부분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쏠려 있다. 그러나 연말까지 예정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6555가구로 지난해 2만5887가구와 비슷하다.
집값과 전세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2011년∼2012년처럼 미분양이 속출하고 집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깡통전세가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깡통전세는 은행 대출을 통해 구매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를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에게 이익이 없는 집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로 매매거래 단절 등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에 매수하려던 사람들도 전세 시장으로 옮겨가는 등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깡통전세가 우려되며 미국 금리 인상까지 겹쳐지게 되면 하우스푸어까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가 목표로 했던 서울과 세종 등 청약 인기 지역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강력한 규제가 나왔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고, 중요한 문제는 이런 가격 조정 등이 시장을 급랭시키지 않도록 해 실수요자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정부의 새로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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