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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콩글리시`가 자랑은 아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7-26 18:00
[2017년 07월 27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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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콩글리시`가 자랑은 아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요즘 콩글리시(Konglish)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것 같다. 2015년 12월 디지털타임스가 매주 목요일 뉴스 속의 콩글리시를 키 워드(key word)로 시사-교양적인 칼럼 '뉴스와 콩글리시'를 게재한 후로 지난 가을에는 '콩글리시 찬가'라는 재미있는 단행본이 출간됐다. 외국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저자 신견식은 여태껏 잘못된 영어, 일제의 잔재로만 취급되던 콩글리시를 우리나라 근대사뿐 아니라 수많은 세계언어가 교류한 흔적이 담긴 문화유산으로 격상해 보자고 제안했다.

콩글리시를 우리 사전은 "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콩글리시 찬가의 저자는 첫째 한국사람들이 외국어로 구사하고 있지만 원어민의 발음, 문법, 어휘 규범에서 벗어난 영어, 둘째는 한국어에 들어온 차용어(借用語)로서 영어의 본뜻이나 본꼴과 달라진 어휘를 일컫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2017. 6. 24)에는 옥스포드대학 한국학 및 언어학과 교수 지은 케어(사람 이름이다)가 쓴 '콩글리시도 우리의 소프트 파워다'라는 글이 실렸다.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스킨십 등 많은 콩글리시 단어들이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올라 시민권을 얻게 될 날이 멀지 않다. 파이팅(fighting)은 콩글리시 단어 가운데서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낱말인데 한류붐을 타고 세계인들에게 소개됐고 영어매체에서도 공공연히 우리식으로 쓰는 경우도 생겼다. 이 단어 역시 옥스포드 사전에 기재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런 콩글리시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들의 삶과 함께해 온 콩글리시에 대해 지나치게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잘못된 단어라는 족쇄를 씌우는 것은 자해(自害)행위다. 따라서 콩글리시는 우리의 실정과 필요, 그리고 구미에 맞는 문화이고 우리의 소프트 파워를 반영하는 성과물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하자.

조선일보는 금년 하반기부터 재미저술가 조화유의 칼럼 '한국영어와 미국영어'를 싣고 있다. 많은 영어 학습서를 쓴 조화유는 필자의 오랜 친구다. 동양통신 기자로 일하고 있을 때 M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공군(空軍) 관련 외화의 우리말 더빙을 듣고 잘못 번역된 내용, 특히 공군계급의 오역을 여럿 지적하는 편지를 방송사에 보내서 관계자들이 놀랐다. 이를 계기로 한동안 외화 번역 알바를 맡기도 했다. 조화유 칼럼은 왜 때애드(THAAD)는 사드로 쓰고 조오셉(josheph)은 조지프, 붓쉬(Bush)는 부시로 쓰고 있는지 비판한다. 원어의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 우리말 외래어표기 규칙만 고집한 결과다.

문화는 상호교류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문화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흐른다. 영어는 세계공용어가 된 지 오래다. 퀸스 잉글리시라는 말처럼 표준 영어가 물론 존재하지만, 국제 무대에 가보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다 자기식의 영어(his own English)를 말한다. 어법이나 발음이 모두 제각각이다. 소통이 잘 되느냐가 문제지, 굳이 현지인 흉내를 낼 것도 없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영국인이나 미국인이나 호주인이라고 해서 똑같은 영어를 쓰는 것도 아니다. 나라마다 우리 같은 콩글리시는 어디에나 있다.

일본식 영어는 재플리시(Japlish)라고 하고, 중국식 영어는 칭글리시(Chinglish)이고 싱가포르 사람들은 싱글리시(Singlish)를 쓰고, 인도사람들은 힝글리시(Hinglish)를 쓴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콩글리시의 뿌리를 제대로 알고, 외국인과 소통할 때는 영어다운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뉴스와 콩글리시'는 계속되고 있다. 말이란 특정 집단 내에서 서로 통하고 이해하면 그만이다.

콩글리시가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문화유산'이거나 '소프트 파워'라고 내세우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나쁜 말도 널리 쓰이면 사전에 오르는데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된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예컨대 한국식 영어 fighting이나 skinship이 chaebol, gapjil과 함께 옥스포드 사전에 오른다고 무슨 영광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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