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넷트렌드 전문가포럼
전문가 집단 토론
사고 책임소재 등 안전윤리 문제
인공지능(AI)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윤리문제에 대한 해법을 선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7 넷트렌드 전문가 포럼'에서 'AI 안전·윤리 문제 해소할 법제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를 주제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 이같이 주장은 제기됐다.
AI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과 처벌에 관한 기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었다. 인간과 AI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빚어질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AI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인 자율주행차의 경우 현대자동차, 벤츠, BMW, GM, 토요타 등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구글, 애플, 우버, 네이버 등 국내외 IT 기업도 뛰어들면서 관련 산업이 확산하고 있는 반면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는 불분명한 상태다.이러한 가운데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은 AI 서비스 중 안전·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서비스 분야로 △홈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의료 등을 꼽았다.
김 부소장은 "이러한 대표적 AI 서비스들과 관련한 생명, 신체, 재산상 피해에 대한 책임소재의 기준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예를 들어 왓슨이 AI 수술을 진행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그 책임을 AI를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왓슨에 수술을 맡긴 의사가 지도록 할 것인지, AI를 개발한 업체가 지게 할 것인지, 병원이 지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어떠한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태에서 AI가 보편화, 상용화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 측으로부터 입증 책임을 받아내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 성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AI 서비스 선 출시, 후 규제' 방식이 고착화할 경우, AI 시대에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남근 참여연대 노동분야 변호사는 "도로교통법, 산업재해 규정 등 현 법제는 자동차, 기계 등을 사람이 다룬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를 다룬 사람에 과실 책임 묻고 있다"며 "이런 법제로는 AI 시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에 대한 과실을 밝혀내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기술은 빨리 변화하는데, 규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만든다 해도 따라가기 어렵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상품이라도 우선은 시장에 팔고, 사후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AI 시대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정부, 국회부터 변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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