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당한 시장 개입 가격 왜곡
소비자에 연료선택권 보장해줘야
소비자에 연료선택권 보장해줘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608) 유류세와 경유값](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05021012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08) 유류세와 경유값")
경유값이 너무 싸서 문제라고 한다. 지난 5월 말까지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던 미세먼지도 경유값이 너무 싸서 생긴 일이었다는 것이다. 경유세를 올리고 LPG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주장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거부했고, 산업부도 LPG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 미세먼지도 중요하지만 국제적으로 감축목표를 제시해놓은 온실가스 관리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의 판매 가격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 이상 싸다. 그런데 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6월 3주차의 공장도 가격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480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다만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포함한 세금은 휘발유 879원이고, 경유는 642원이었다. 결국 경유값이 싼 것은 온전하게 유류세 때문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다. 2011년 회계사 출신으로 '휘발유의 원가를 밝혀내겠다'면서 취임했던 지경부 장관의 호언장담은 괜한 것이었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서로 '결합'돼 있다는 회계학원론 수준의 상식까지 무시한 엉터리 발언 때문에 기름값에 대한 불신만 커졌을 뿐이다. 휘발유·경유의 공장도 가격은 싱가포르 석유시장의 가격과 재고 관리를 위한 정유사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 리터당 정액으로 부과하는 유류세를 조정해서 휘발유·경유·LPG의 상대가격을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초등학교 산수도 무시한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공장도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가면 유종간 상대가격의 비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당한 시장 개입에 의한 가격 왜곡의 폐해는 심각하다.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정유사의 제고관리를 어렵게 만들어 부담만 가중시키는 지극히 잘못된 정책이기도 하다.
유류세는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을 억제하겠다는 '교통세'로 1994년에 처음 도입됐다. 10년 기한으로 도입했지만, 2007년 현재의 '교통에너지환경세'로 개편되었다. 교통시설의 확충, 대중교통의 육성, 에너지·자원 관련 사업, 환경 보존·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현재의 유류세는 소비자에게 부담만 주고,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세수의 대부분이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유류세 개편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작년에 징수한 유류세는 사상 최대인 23조7300억원이었다. 2013년의 20조4500억원보다 무려 16%나 늘어났다.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유류세가 정작 자동차 운행은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류세의 유혹에 빠져버린 정부의 입장에서도 애써 대안을 마련할 이유가 없는 형편이다.
유류세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과중하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도 어설픈 것이다. 유류세가 소비자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름값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의 주장은 기름값이 현재보다 30% 이상 높았던 2013년의 경우를 근거로 한 것이다. 당시 소비자 가격의 48%였던 유류세가 기름값이 내려가면서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인 60.2%로 높아졌다.
과도한 유류세가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가짜 기름'의 유통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2013년 유통 중인 경유의 15%가 가짜였다는 것이 정부 추정이었다. 지금도 가짜 기름 적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류세를 내리지 않으면 품질관리가 불가능한 가짜 기름의 유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과도한 유류세 때문에 도입했던 엄청난 규모의 환급금·보조금·면세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비리와 폐해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 화물차·택시사업자로부터 걷은 세금을 다시 돌려줄 이유도 없고, 복잡한 면세제도로 농어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이유도 없다.
경유세를 올릴 것이 아니라 휘발유세를 내려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유류세 인하로 가짜 기름이 사라지고, 불필요한 보조·면세제도를 정리하면 정부의 가용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어리석은 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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