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무섭게 커버린 `웹툰` 세상](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0802102269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무섭게 커버린 `웹툰` 세상")
요즘 만화작가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웹툰 작가들이 뜨고 있다. 지난 6월 1일 밤 JTBC '잡스'에서는 웹툰작가의 직업세계를 다뤘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만화가 인정받기 시작했다. 작가 앙꼬(본명 최경진·34)의 만화 '나쁜친구'가 지난 1월28일 제44회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을 받았다. 한국만화가 세계적인 만화 축제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쁜 친구'는 최고 작품상인 황금야수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중앙일보, 2017. 2 2). 잉꼬는 2003년 웹툰 '앙꼬의 그림일기'로 데뷔해서 '열아홉', '앙꼬의 그림일기 1, 2' 등을 출간했다.
앙굴렘, 참 생소한 이름이다. 애니메이션영화의 도시가 앙시(Annecy)고 연극의 도시가 아비뇽이라면 만화의 도시는 앙굴렘(Angouleme)이다. 197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국제 만화 축제 덕택으로 파리 남쪽 442㎞, 보르도에서 16㎞ 떨어져 있는 작은 중세 도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앙굴렘은 17세기부터 종이를 생산하는 도시였는데 미테랑 대통령의 문화산업 융성 정책에 힘입어 만화의 도시로 우뚝 섰다. 미테랑 대통령은 문화는 미래의 산업이며 문화에 대한 투자는 곧 경제적 투자라고 보고 특권층만이 누리던 오페라 연극 등 문화관련 분야에 대해 집중지원함으로서 문화의 대중화를 실천했다.
만화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매체다. 뽀로로, 아기공룡 둘리, 각시탈을 모르고 자라난 어린이는 아무도 없으며 나이 든 사람들은 코주부를, 신문 독자들은 고바우 영감을 떠올린다. 텔레비전 초창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미국 만화영화는 톰 앤 제리, 그리고 뽀빠이였다. 마셜 맥루언은 만화를 쿨 미디어(cool media)라고 했다. 정보량이 적고 해상도(解像度)가 낮아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 매체가 쿨 미디어다. 신문의 만평이나 연재 만화를 보면 컷과 컷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생략돼 있다. 따라서 만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사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독자는 그 생략된 부분을 채워서 해석해야 한다. 이처럼 매체의 정보량이 적어서 독자의 높은 참여를 요구하는 매체가 쿨 미디어다. 반면 라디오는 운전을 하면서, 또는 책을 읽으면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매체 자체의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라디오는 핫 미디어(hot media)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명성이 높았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는 만화, 실제 인물, 노래와 춤 등 온갖 표현수단을 이용했다. 특히 만화는 좋은 학습 도구이며 뛰어난 설득 수단이자 탁월한 스토리 전달매체다. 만화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랫동안 신문은 두 가지 만화를 싣고 있었다. 시사만화로 네칸짜리(comic strips, cartoon strips)와 한 칸 만화, 소위 만평(humorousillustrations)이 그것이다. 신문만화는 풍자와 비판을 위한 시사 정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만화는 원래 '신문잡지의 만화', '만화영화' 그리고 '만화책'으로 크게 나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서 온라인 만화가 새로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른바 웹툰(webtoon)이다.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을 합성해 만든 콩글리시다. 2천년대에 와서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장르로 정착했고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이른바 스낵컬쳐의 대표 주자가 됐다. 스낵 컬쳐(snack culture)란 출퇴근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잠깐 즐길 수 있는 모바일영화, 웹소설, 웹드라마, 웹툰 따위를 가리킨다.
웹코믹스(온라인 코믹스 또는 인터넷 코믹스라고도 함)는 웹사이트에 발표되는 만화다. -Webcomics(also known as online comics, or internet comics) are comics published on a website. 웹툰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신조어다. 웹 만화, 온라인 만화를 우리는 웹툰이라고 그럴싸하게 부르고 있다. 영어로는 위에서 보듯 웹코믹스, 온라인 코믹스, 또는 인터넷 코믹스라고 말해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만화는 다 죽어 가고 있었다". 불법스캔과 도서대여점의 난립으로 위기에 처했던 한국 만화가 10년이 지난 지금 사상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조선일보, 2016. 9. 22). 종이에서 디지털로, 유로에서 무료로, 젊은 층에서 중장년층으로, 그리고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하루 620만명이 이용한다니 놀랍다. 이제 장르의 다변화와 작품의 질 향상만이 숙제로 남았다. 만화세상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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