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 음성인식 서비스 개발
'사용자 수 1위' 멜론에 탑재
카카오 "멜론앱 시장 호응땐
자사 서비스 연동 탄력 기대"
'사용자 수 1위' 멜론에 탑재
카카오 "멜론앱 시장 호응땐
자사 서비스 연동 탄력 기대"
#오늘 김 과장 기분은 시쳇말로 '꿀꿀'하다. 사흘 밤을 꼬박 새며 작성한 보고서를 회의에 올렸다가 지적만 받았다. 어느 때보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밤, 김 과장은 스마트폰 음악 앱을 켜고 말을 건다. "나 오늘 우울해. 기분 전환 음악 좀 틀어줘." 곧이어 흘러나오는 음악은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평소 인디밴드 음악을 즐겨 듣는 김 과장은 '취향 저격' 인공지능(AI) 음악 앱 덕분에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올 하반기, AI 비서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음악 앱이 등장한다. 이용자가 멜론 앱에 접속해 음성 인식 버튼을 눌러 '아이유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바로 음악을 틀어주는 방식이다. 또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 들려줘' 등의 명령에도 반응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음악 서비스가 AI 시대 핵심 콘텐츠로 부상 중인 가운데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최근 꾸린 자체 AI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음성인식 기반의 AI 음원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술은 국내 1위(사용자수 기준) 음악 앱 멜론에 탑재된다.
회사는 최근 서비스명 '멜론 음성인식 비서'로 임직원 대상 비공개테스트(CBT)를 조용히 진행했다. 올 초 구성한 사내 AI 태스크포스(TF)가 카카오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개발 중인 이 서비스는 일종의 인공지능 DJ·비서 기능을 한다. TF는 올해 하반기 이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BT에서는 △음성 명령에 음악을 재생해주는 기능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음원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기능 △AI가 선곡한 곡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좋음', '싫음' 등)을 반영하는 기능 등을 실험했다는 게 로엔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의 수익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AI 사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AI 시장에서 타 업종과 제휴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 멜론 AI 서비스가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엔이 방대한 음원 콘텐츠와 자체 AI 기술을 양손에 쥠으로써, AI 기술을 가진 파트너사에 단순히 음원서비스만 공급하는 수준에서, 보다 다양한 기업·업종과 제휴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기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멜론은 SK텔레콤의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의 인공지능 음원서비스로 채택돼 음원을 제공 중이다.
카카오는 현재 경쟁사인 네이버에 AI 이슈를 선점당한 채, 뒤늦게 관련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음성 조작 체제를 갖춘 다용도 AI 앱 '클로바'를 출시하며 자사 AI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클로바는 사용자가 말하면 여성의 음성으로 답한다. 음성 검색, 대화 문답, 길 찾기, 일정 관리, 음악 추천, 외국어 번역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올해 3분기에는 AI 스피커를 출시한다.
카카오는 현재 챗봇과 AI 스피커 등을 묶은 '음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단계다. 하반기 음성동작 앱, AI 스피커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엔의 AI 기반 멜론 앱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게 되면 카카오가 자신감을 얻어 카카오톡, 다음 뉴스, 카카오택시, 내비게이션 등 자사 서비스에 AI를 연동하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작년 카카오에 인수된 로엔은 카카오 연결 매출 실적의 4분의1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카카오 매출 4438억원 가운데 음악 콘텐츠 매출이 1103억원을 차지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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