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서비스 확대에 주력했던 금융사가 앞으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배상 책임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 확대 기조와 맞물려 금융사의 배상책임 의무가 정책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자금융 관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현 법제도는 이용자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선량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금융사의 자율적 보안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사의 배상책임한도를 확대하는 등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 거래를 하다 해킹이나 위변조, 분실 등의 사고로 인해 금융피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소비자의 책임이 적지 않은 구조다. 해킹, 위변조를 예방하기 위해 직접 이용자의 PC나 스마트폰에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중인증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귀찮다. 금융사는 이러한 '예방조치'가 해킹이나 위변조를 위한 기초라며 이용자에게 설치를 권유하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가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과실'을 이용자에 떠넘기고 있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간편결제로 칭송받는 해외 금융사들은 자신의 네트워크와 시스템에 고도의 보안 장치를 구축하고 이용자는 단순하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가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안 시스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금융사가 취해야 할 보안 책임을 이용자에게 전가해 놓고 사고가 발생하면 이용자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입증책임'도 자본과 기술을 갖춘 금융사가 아닌 이용자에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감독규칙 개정을 통해 은행권 약관을 개선하면서 약관상 입증책임을 은행으로 전환해 놓기는 했지만, 정작 전자금융거래법은 입증책임을 여전히 이용자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김학균 금융위 상임위원은 "지난 2007년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가 과실이 없더라도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무과실책임주의를 도입했지만, 소비자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도록 해 이용자와 금융사의 책임 배분에서 많은 분쟁을 낳고 있다"면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사고 유형을 열거식으로 나열하고 있고, 소비자 보호 범위를 축소하는 등 소비자가 배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29일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자금융 관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현 법제도는 이용자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선량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금융사의 자율적 보안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사의 배상책임한도를 확대하는 등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 거래를 하다 해킹이나 위변조, 분실 등의 사고로 인해 금융피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소비자의 책임이 적지 않은 구조다. 해킹, 위변조를 예방하기 위해 직접 이용자의 PC나 스마트폰에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중인증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귀찮다. 금융사는 이러한 '예방조치'가 해킹이나 위변조를 위한 기초라며 이용자에게 설치를 권유하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가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과실'을 이용자에 떠넘기고 있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간편결제로 칭송받는 해외 금융사들은 자신의 네트워크와 시스템에 고도의 보안 장치를 구축하고 이용자는 단순하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가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안 시스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금융사가 취해야 할 보안 책임을 이용자에게 전가해 놓고 사고가 발생하면 이용자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입증책임'도 자본과 기술을 갖춘 금융사가 아닌 이용자에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감독규칙 개정을 통해 은행권 약관을 개선하면서 약관상 입증책임을 은행으로 전환해 놓기는 했지만, 정작 전자금융거래법은 입증책임을 여전히 이용자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김학균 금융위 상임위원은 "지난 2007년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가 과실이 없더라도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무과실책임주의를 도입했지만, 소비자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도록 해 이용자와 금융사의 책임 배분에서 많은 분쟁을 낳고 있다"면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사고 유형을 열거식으로 나열하고 있고, 소비자 보호 범위를 축소하는 등 소비자가 배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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