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팀이 5대4로 앞선 9회 말 등판했지만 1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하며 팀 승리를 날렸다. 시즌 두 번째 블론 세이브이자 2번째 패전.
2연패에서 벗어나기 직전이었던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의 방화로 3연패를 당했고 21일 경기에서도 패해 결국 4연패에 빠졌다.
오승환은 5월 10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승환은 지난해 76경기에 출전해 79와2/3이닝 동안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라는 숫자를 남겼다. 그야말로 세인트루이스 불펜에 굴러들어온 복덩이였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더 좋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92로 매 이닝마다 채 한명의 주자도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볼넷을 18개 내주는동안 삼진은 103개나 잡아 탈삼진/볼넷 비율이 5.72에 달했다.
주자를 잘 내보내지 않고 필요할땐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마무리의 전형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의 올 시즌 기록은 19경기에 등판해 21과2/3이닝 동안 1승 2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배 가까이 치솟은 것도 문제지만 강점이던 WHIP와 탈삼진/볼넷 비율이 모두 폭락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오승환은 16개의 삼진을 잡을 동안 무려 9개의 볼넷을 내줬다. 덕분에 탈삼진/볼넷 비율은 5.72에서 1.78로 떨어졌다. 볼넷을 더 내주고 삼진은 적게 잡으니 자연스레 WHIP 역시 0.92에서 1.48로 치솟았다. 이는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으려면 거의 1.5명의 타자를 내보낸다는 뜻이다.
피홈런이 급증한 것 역시 문제다. 지난해 오승환은 거의 80이닝을 던지며 5개의 홈런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불과 20이닝 남진 던지며 이미 3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모두 한 두 점의 적은 점수 차에서 등판하는 마무리투수에겐 치명적인 숫자다.
한편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여전히 오승환에 대한 신뢰를 지키고 있다. 결국 오승환이 해야 할 일은 아직 팀 내 신뢰가 남아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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