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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WC`가 만드는 신개념 일자리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5-17 18:00
[2017년 05월 1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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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WC`가 만드는 신개념 일자리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오늘 해우소(解憂所)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화장실을 자주 간다. 특히 외국여행을 할 때 화장실 문제는 아주 심각해지기 쉽다. 뉴욕 맨해튼의 여행객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공용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가게들은 화장실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화장실이 강도나 마약 밀매,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탓이다. 필자는 뉴욕에 살고 있을 때 반스 앤 노블 서점의 화장실을 애용했다. 또 몇개 호텔의 위치를 사전에 알아두는 것도 현명하다. 언젠가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맥도날드의 지하 화장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개별 화장실에 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팬티 벗고 앉은 사람들이 그대로 목격됐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화장실이 유료다. 1유로나 50센트쯤 징수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팁을 내도록 하고 있다. 세계 어디서나 호텔의 화장실은 무료다. 버스여행을 하다 보면 대체로 2시간마다 휴게소에 정차한다. 여행객들의 화장실 이용을 돕기 위함이다.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도 예외가 아니다. 화장실에는 마치 우리가 지하철을 탈 때 카드를 대야 빠져나갈 수 있듯이 돈을 넣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대부분 아우토반 휴게소의 화장실에는 출입구에 기계장치가 있다. 여기에 70센트를 넣으면 50센트짜리 쿠폰이 나온다. 이것을 휴게소에서 현금으로 쓸 수 있다. 여행객들은 '일'만 보고 그냥 가는게 아니라 50센트를 보태서 커피, 쿠키, 음료 따위를 사게 된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매우 기발하다. 유료 화장실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다. 화장실 덕에 밥먹고 사는 사람이 있으니 내집처럼 관리하게 마련이다. 유료지만 일부 금액을 환급함으로 여행객의 소비를 자극한다. 우리도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을 유료로 전환하면 어떨까? "돈 없는 사람은 오줌도 누지 말란 말이냐?"하고 좌파는 반발할지 모르지만!(같이 여행하던 김금래 전 여성부장관의 코멘트다).

중앙일보 보도(4. 21)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형카페들이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도어록을 설치하고 음료수를 주문하면 화장실 비밀번호가 찍힌 영수증을 내준다. 몰래 볼일만 보고 가는 소위 '화장실 도둑'을 막기 위함이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런 조치가 일반화돼 있다.

컴퓨터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말하듯 쉽지 않다. 비생산적인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국민들의 세부담을 가중시킨다. 언젠가 연세대 최양수 교수는 전국에 캠핑장을 1만개 건설하면 놀고 있는 토목장비를 대거 동원할 수 있으며 완공 뒤에는 계속 관리가 필요하니 수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골프장에서 플레이어들의 진행을 관리하는 직원을 마셜(marshal)이라고 한다. 경기진행을 돕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비신사적인 플레이어를 퇴장시키는 일도 맡는다. 시급을 받지만 일주일에 한 번 트와일라이트(twilight, 오후 2시 또는 3시 이후)에 무료로 공을 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마셜은 미국노인들의 인기 알바다. 한 골프장에 10명씩 마셜을 채용하면 전국 골프장이 550개쯤 되니 5500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화장실을 표현하는 영어는 수없이 많다. 톱 해트(top hat)와 보닛(bonnet) 등 남녀 모자 그림으로 구별해 놓은 곳도 있고, 그냥 신사용(Gent's, men's room, gentlemen)과 숙녀용(Ladies, women's room)이라고 써놓은 곳도 있다. 파우더룸(powder room)은 공공건물의 여성화장실을 점잖게 부르는 이름이다. 서울 반얀트리 클럽처럼 male sauna와 female sauna식으로 남녀구별을 하지는 않는다. male과 female은 보통 암컷 수컷 성별을 나타내는 용어다. 비행기 속의 화장실은 래버토리(lavatory)다. 극장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의 화장실은 휴게실(restroom)이고 수세식 시설을 갖춘 공공빌딩의 화장실은 세면실(washroom)이다. 남의 집의 안방 화장실을 가리킬 때는 욕실(bathroom)이라고 품위 있게 말한다. 독립건물로 된 화장실은 아웃하우스(outhouse) 혹은 백쉐드(back shed), 프리비(privy)이고 군대 등 야영지에 구덩이를 파서 만든 것은 러트린(latrine), 속어로 화장실은 루(loo), 또는 존(John)이라고 한다. 우리가 즐겨 쓰는 WC(water closet)는 낡은 말투로 거의 쓰지 않는다. 화장실을 가리키는 영어 토일릿(toilet)은 세계 공용이다. 근심을 해소하면 기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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