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피상속인을 속여서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경우 그 당사자는 상속결격자가 되어 상속자격을 박탈당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일정한 사유로 상속을 받지 못하는 '상속결격자(相續缺格者)'를 정해놓고 있다.
법에서 정한 상속결격자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사람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사람',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사람',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사람',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사람'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대표변호사는 "선순위 상속인이나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될 태아를 낙태한 상속인의 경우 살인에 준하여 상속결격자가 된다"면서 "이는 법률에서 정한 상속순위에 태아도 출생한 것으로 보고 상속인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때 반드시 '고의'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의가 아닌 과실로 피상속인 등을 사망하게 한 과실치사의 경우에는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단순한 폭행이나 상해도 제외된다. 다시 말해 부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했거나 배우자로서 외도를 했거나 가출을 했더라도 이혼을 한 게 아니라면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홍 변호사는 유언서의 은닉과 관련하여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은닉한자란 유언서의 소재를 불명하게 하여 그 발견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단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그 내용이 널리 알려진 유언서에 관해 피상속인이 사망한지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비로소 그 존재를 주장한 경우는 유언서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례의 취지를 설명했다.
위와 같은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 특별히 재판상의 선고를 기다리지 않아도 법률상 상속인으로서의 자격이 상실된다. 만일 상속함에 있어서 제1순위자인 직계비속이나 제3순위자인 형제자매가 상속결격자가 된 경우에는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는 그 직계비속이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
상속전문 홍순기 변호사는 "이처럼 상속인의 결격이나 사망으로 그 사람의 자손이 그 사람 몫을 대신 상속하는 것을 '대습상속'이라고 하고 대습상속인의 상속분은 사망이나 결격된 사람의 상속분에 따른다"면서, "상속결격된 사람의 배우자는 민법 제 1003조 제2항에 따라 피대습인의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때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며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변호사는 "만약 대습상속인이 피대습자의 결격이나 사망 발생 이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어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skim@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