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로 중소기업 지원땐
투자 · 고용 위축 가능성 높아져
대한상의 "민간이 구조조정 주도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제공해야"
투자 · 고용 위축 가능성 높아져
대한상의 "민간이 구조조정 주도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제공해야"
■ 새 대통령 문재인
'4차 산업혁명'을 최우선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대기업 규제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는 이분법적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경유착과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재벌 개혁을 내세웠지만, 막중한 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손발을 묶고, 중소기업만 지원해서는 과업을 완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해 소수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 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를 유도하는 문 대통령의 개혁안은 대기업들은 경영 활동은 물론, 투자·고용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등 소수 주주 권리 강화 방안이 도입되면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위협은 물론, 투자와 고용이 더 줄게 될 것"이라며 "재벌들의 불공정 행위는 막더라도 투자 등 경영 활동까지 막아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4차 산업혁명의 선결 조건으로 정부, 대·중소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협력과 융합을 꼽는다. 중소기업이 유연하게 신사업을 발굴하는 사이, 대기업은 장기적 투자를 진행하고 중소기업에 관련 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성과를 낸 벤처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중소기업은 4차 산업 주인공으로 보면서, 대기업은 규제 대상으로 보는 이분법적 관점은 문제"라며 "4차 산업 혁명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며, 그것을 할 수 있는 게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표심을 잡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내세웠지만, 실제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통합을 위한 정책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문 대통령 앞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보호무역, 기업 구조조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 중국 무역 애로 누적 신고 건수는 총 95개사 114건으로 지난 3월 17일(60개사·67건) 이후 2배나 늘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사드 보복으로 올해 8조5000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추세에 맞춰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외교통상자원부 등에 의하면 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신규조사 건수는 2014년 29건에서 2015년 36건, 지난해 4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좀비기업'(3년 간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정리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대마불사' 논리와 지역 표심 부담으로 좀비기업 정리를 미뤘지만, 이제는 민간에 맡기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큰 기업이 망하면 지역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부실기업을 지원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며 "미국처럼 민간자본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모태펀드를 만들고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순·
박정일 기자 c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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