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악재성 정보에 큰 피해 기관투자자 정보공유 제도화해야"
한미약품·대우건설 등 잇단 불공정거래 의혹
특정 공매도 세력에 주가 폭락 막대한 피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규제 실효성 논란
"개인투자자도 공매도 가능토록 제한 완화를"
한미약품·대우건설 등 잇단 불공정거래 의혹
특정 공매도 세력에 주가 폭락 막대한 피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규제 실효성 논란
"개인투자자도 공매도 가능토록 제한 완화를"
개미들의 공공의적,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매도 제도를 폐지 해야 한다는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폐지 불가론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다만, 불공정 거래를 막고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7월 공매도 공시제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오늘은 공매도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순기능과 부작용, 최근 도입한 제도들의 실효성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 공매도, 필요악(惡)인가= 공매도(空賣渡)란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는 뜻입니다. 즉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의미인데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지정된 가격에 미리 매도하는 형식의 투자 방법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공매도하고자 하는 종목을 빌려야 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됩니다.
공매도의 수익 구조는 주가가 하락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0원하는 주식 1주를 빌려 와서 매도를 합니다. 주가가 하락해 500원이 된다면 주식시장에서 500원에 한 주를 사서 원래 주인에게 갚습니다. 그렇게 되면 500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구조입니다.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1500원으로 오른다면 500원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공매도와 짝을 이루는 게 바로 대차잔고 인데요. 대차잔고는 공매도 등을 위해 주식을 빌려둔 것으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기 때문에 공매도 전에 대차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즉 대차 잔고는 공매도의 대기자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대차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여기서 잠깐. 많은 사람들이 대차거래와 대주거래를 혼용해 사용하는데요. 차이가 있습니다. 대주거래는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일정 기간 공매도용 주식을 빌리는 것을 말합니다. 수수료는 통상 최대 7~8% 수준으로 높고 우량종목이나 일정 수량 이하만 대주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대주 기간이 최대 30~60일 까지로 제한되는 등 각종 제약요건이 많아 현실적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대차거래는 기관과 외국인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증권사 등 대차중개기관을 통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주식을 빌리는 거래로 사실상 공매도 종목이나 수량에 제한이 없고 수수료가 낮은 데다 주식 대여기간도 1년간 가능합니다.
현 제도상 개인투자자에게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공매도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공급 등 순기능을 인정받아 통용되고 있는 제도로 주식시장에 거품이 생기는 걸 막고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는 겁니다. 또한 2010년 이후 국내 증시 거래량(유동성)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이 위축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공매도가 개미들에 기울어진 운동장인 이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은 지난해 한미약품, 대우건설, 현대상선 등이 잇따라 공매도를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에 휩싸이면서 부터입니다.
우선 한미약품의 경우 회사 측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기술수출 계약해지 사실을 지연 공시하는 사이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악재성 공시 전 한미약품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량은 평소보다 20배 넘게 많았습니다. 이날 공매도 규모는 상장 이후 사상 최대치로 이는 전날 장 마감 후 나온 호재성 공시를 뒤엎는 결과였습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세력으로 인해 한미약품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만 막대한 피해를 본 사례로 꼽힙니다.
한미약품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 대우건설 사태도 터졌습니다. 11월14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검토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공시를 내면서 15~16일 이틀간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보다 앞선 11일 대우건설의 공매도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의견거절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투자자가 공매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습니다.
현대상선 사례도 공매도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주가가 급락했는데 주식을 공매도한 일부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은 단기간에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긴 것입니다.
◇ 공매도 규제 실효성 논란…"정보 대칭·개인에게도 동일한 투자 기회 줘야"=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발 빠른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7월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 3월 말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도입했습니다.
공매도 공시제는 투자자 또는 대리인의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일 때 종목명, 인적사항, 최초 공시의무 발생일 등을 보고해 공시의무발생일(T일)로부터 3영업일(T+3일)에 공시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실제 공매도를 한 세력은 증권사에 약간의 수수료를 주고 특정 주식을 매도하도록 하는 스와프(SWAP) 계약을 맺어 대행 증권사만 노출되고 공매도 주체 세력은 드러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공매도 비중, 공매도 비중 증가율, 주가 하락률을 따져 다음 날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역시 시행 한 달간 적발된 종목이 두 종목에 그치는 등 지정 요건이 까다롭고, 지정되더라도 거래금지 기간이 하루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규제와 폐지보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개인투자자도 공매도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하는 동시에 공매도와 같은 효과를 가진 상품을 다수 만들어 적은 투자금액으로도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정보접근이 유리한 기관투자자의 정보를 좀 더 공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익을 환수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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