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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샤이 표`가 당락 가른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5-03 18:00
[2017년 05월 04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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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샤이 표`가 당락 가른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샤이 표`가 당락 가른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F카운터옆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인천시중구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발급기 등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4,5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07개소에서 실시되며 별도의 신고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춤추고 있다. 여론이란 사람들의 관심사에 대해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판단, 태도, 신념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후보 가운데 누굴 찍겠느냐?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 누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냐? 등 질문내용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르다.

"집권하면 여론조사기관 두 군데를 문 닫게 하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비판이었다. 대전중앙시장에 가도, 부산 서면에 가도, 울산에 가도 이토록 열광적인데 한 달째 지지율이 7~8%라고 하니, 이런 여론조사가 어디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의 '여론쇠약증'은 이보다 더하다. 30~40%대의 지지층을 가진 그들로서는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유불리를 따져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다"(서울신문, 2017. 4.19).

홍 후보는 지난달 7일 페북에 일부 악의적인 여론조사는 선거기간 내내 밴드왜건 현상을 노리겠지만 이미 대반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선거에서 밴드왜건(bandwagon)이란 "북 치고 장구 쳐서"사람을 모으듯,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반면 위기다, 열세다 하면서 불안을 조성하면 동정표가 몰리고, 자파의 결속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를 언더도그(underdog) 효과라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혼전양상은 왜 나타나는가? 첫째, 조사 설계에 문제가 있다. 둘째, 샘플링이 엉터리다. 인구 구성에 따른 정교한 디자인이 없다. 셋째, 응답률이 너무 낮다. 전화를 이용한 조사가 넘치다 보니 응답을 기피하게 된다. 넷째, 불성실한 응답자가 부지기수다. "통계는 거짓말하고 있다"는 진술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 대결은 '샤이 트럼프'가 당락을 갈랐다는 평가가 있다. 샤이 트럼프 가설에 의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침묵의 다수 등 상당수의 유권자가 조사원에게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고 있었던 탓에 여론조사들은 클린턴의 선두를 과장하고 있었다(According to the 'shy Trump supporter' hypotheses, polls overstate the size of Hillary Clinton's lead because some member of Trumps "silent majority" decline to state the choice for president to pollsters.). - The Washington Post, 2016. 10.25

이처럼 특정인을 지지하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유권자가 많이 있다. 5.9대선의 새로운 특징 하나는 캐스팅보트를 보수층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샤이보수(숨은 보수)가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동아일보, 2017. 4. 27).

미국 대선 때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린턴의 낙승을 점쳤음에도 트럼프가 승리하자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 백인결속(whitelash)의 결과다. 더 이상은 미국의 주류자리를 흑인, 이민자, 여성에게 내놓지 않겠다고 투표장에 몰려나온 하류층 백인남성들이 그만큼 많았다. 이들이 바로 '샤이 트럼프'다. 영어로 shy Trump voters(숨은 트럼프 유권자들), 혹은 shy Trump supporters(숨은 트럼프 지지자들)다. 트럼프가 부끄러워 하는게 아니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부끄러워 숨어 있다는 뜻이다.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를 고려해서 누굴 지지한다고 속내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찍는 숨은 지지층을 shy ( ) voters라고 한다. 그러므로 샤이보수를 영어로 쓸 때는 the Conservative Party's shy supporters, 또는 shy conservative voters로 써야 한다.

부끄럽다는 뜻의 샤이(shy)가 정치 용어로 쓰인 것은 1992년 영국 총선 때부터다. 대처수상 말기 Tory로 불리는 보수당의 인기가 추락해, 노동당에 대패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보수당(46.9%)이 노동당(7.6%)에 대승했다. 이때 보수당의 숨은 지지층을 가리켜 shy Tory supporters라고 불렀다. 컴퓨터 용어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있다. 뜬금없이 양자대결을 가상한 조사를 계속 내놓아 나머지 후보는 자동 사퇴한 것으로 결과가 왜곡돼 왔다.

한 조사에 의하면(조선, 4. 24), "지지 후보 없다"가 21.3%, "지지 후보 바꿀 수 있다"가 34%나 돼서 유권자의 반 이상이 아직 최종 결심을 못하고 있다. '매서운 홍풍(洪風), 막판 선거판세 뒤흔들까' 세계일보 기사제목이다(4. 29). 닷새 앞으로 다가온 대선. 샤이 유권자의 표심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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