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증가율 연평균 -4.7%
제조업 수출 경쟁력 후진하는 데
후보들 새로운 공약 없이 엇비슷
스마트 공장으로 제조방식 혁신
IoT·빅데이터 융합 규제완화 등
4차 산업혁명 걸맞은 정책 필요
제조업 수출 경쟁력 후진하는 데
후보들 새로운 공약 없이 엇비슷
스마트 공장으로 제조방식 혁신
IoT·빅데이터 융합 규제완화 등
4차 산업혁명 걸맞은 정책 필요
■대선주자에 미래 어젠다를 묻다 (6)
'제조업 내 공급과잉 업종 비중 29.4%, 10개 기업 중 1곳 '좀비기업'.'
이는 정부가 발표한 지표로 본 우리나라 제조업의 현 상황이다. 국가 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1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8일 남은 가운데 대선 후보들은 신산업 육성으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만 있을 뿐, 5년 전 정보기술(IT)을 산업 전반에 적용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스마트뉴딜·창조경제론'과 차이를 찾기 어렵다.
지난 5년간을 돌이켜보면 주력 제조업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지난달 반도체와 선박류, 석유화학, 일반기계, 자동차, 등 13대 주력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8%로 5년 전인 2012년의 81.1%보다는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77.9%보다 오히려 증가해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주력 제조업 분야의 부가가치 증가율도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4.7%를 기록해,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인 4.2%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후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반도체 등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13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3%로 2011년 5.7%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신흥국의 도약으로 제조업 경쟁력은 뒤로 밀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은 422만8536대로 처음으로 인도(448만8965대)에 5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역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 온 상황이다.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좀비 기업(한계기업)'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 중 3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의 비율은 2011년 9.4%에서 2015년 12.7%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중소기업과 철강·조선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의 비율이 더 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혁신이 없이는 차기 정부가 경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인프라 투자와 스마트 공장 등 제조방식의 혁신,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융합을 위한 규제 완화, 시장 자율적인 산업 구조조정 유인책 마련 등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은 "4차 산업혁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침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대응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고 선진 모범사례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적합성 여부를 사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무역협회 연구원은 스마트공장의 양적 확산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공장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산업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에서 인더스트리 4.0 관련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므로 관련 분야에서 중국기업과 합작 사업 기회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동학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코디네이터(박사)도 스마트 공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 사업 중심이고 스마트 공장에 들어가는 스마트 센서 등의 자체 표준화 움직임은 없다"며 "분야별 국내 표준이 필요하고 국제표준활동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도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혁신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첨단기술전략(High-Tech Strategy) 2020'을 수립하고 제조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더스트리 4.0으로 민·관·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첨단 제조능력 확보를 목표로 범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컨소시엄인 스마트제조선도기업연합(SMLC)을 발족하고 '제품 시장 진입 사이클의 10배 가속화' 등 2020년을 기준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했다.
일본 역시 고도화한 50개 시범공장을 만들고,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국제표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정부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도를 높여 제조업에 접목하는 '인터넷플러스'와 이를 토대로 한 제조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단체들도 정책건의서를 내고 제조업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인프라투자와 신재생에너지 개발, 초고속 운송과 교통, 기후변화 대책 등 지속가능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무역협회도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과 신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제조업 중심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미진하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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