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경쟁 중단 독점화로
ICT 글로벌 경쟁력 퇴보" 우려
전문가들도 "실현가능성 낮아"
"인프라·인력양성에 재원 투입
4차산업혁명 ICT분야 지원할것"
논란 커지자 문후보측 진화나서
ICT 글로벌 경쟁력 퇴보" 우려
전문가들도 "실현가능성 낮아"
"인프라·인력양성에 재원 투입
4차산업혁명 ICT분야 지원할것"
논란 커지자 문후보측 진화나서
김민수기자 ultrartist@
디지털경제협의회ㆍ본지 등 언론사 공동주최 '대선후보 초청포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부가 직접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통신시장의 경쟁을 없애고 2002년 한국통신(현 KT) 민영화 이전의 통신 국유화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전문가들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모리스에서 디지털경제협의회와 디지털타임스 등 언론사가 공동 주최한 '미래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초청포럼'에서 5G 통신망 직접 투자계획을 밝혔다.
그는 "5G 네트워크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반 사업이자 미래 산업 원동력"이라며 "이통3사의 개별,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인터넷 접속권도 보장하고 통신요금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5G 직접 투자 방안이나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문 후보의 '깜짝 발언'에 통신업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당장 정부가 통신사를 국유화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통신망을 정부가 구축하고 이통사로 하여금 이를 사용하게 하겠다는 것은 통신시장 경쟁 도입을 중단하고 다시 독점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져 ICT 글로벌 경쟁력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업체 간 효율적 경쟁을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5G 망을 직접 구축하겠다는 것은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5G 네트워크에 투자할 경우 어떻게 효율성을 담보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5G의 경우 4G LTE보다 1.5~2배의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LTE 전국망을 구축하던 2011년부터 3년간 이통3사의 투자비는 24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즉, 최소로 잡더라도 5G 투자에는 30조원 안팎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가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국가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례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있긴 하지만, 5G는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정부가 LTE망 일부에 직접 투자한 적이 있으나, 이는 주 차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주 정부가 망 일부를 독점적으로 쓰기 위한 계약이었을 뿐 5G 구축과는 사례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문 후보 발언은 마치 나라가 이통사를 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사물인터넷(IoT)의 경우 중소기업이 이통사 망을 이용할 때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정부가 보조 IoT 망을 깔아놓고 쓰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 역시 "재난망은 보안 때문에 자가망(국가가 구축하는 망) 이야기가 나왔지만, 5G는 망의 성격, 비용 규모상 문제가 다르다"며 "아마도 투자비용이 많이 드니 정부가 큰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G 비용 문제는 정부 역할이 필요하긴 하다"며 "현재 방식으로는 5G 주파수 할당 대가가 너무 높아질 수밖에 없고, 5G로 가더라도 3G, LTE망을 유지하기 위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G 직접 투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국가가 직접 통신사업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문 후보측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5G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나 인력 양성에 국가 재원을 투입할 수 있고, 5G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관련 ICT 분야의 벤처투자, 스타트업 창업지원 쪽에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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